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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약주고 병주는’ 매약 사이트 ‘조심’

Los Angeles

2001.02.17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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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때문에 몸 망가지네-.’ 음란사이트를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채팅으로 원조교제에 이른 여중생의 하소연도 아니다.
‘병을 고쳐주겠다’며 약을 팔고 있는 사이트.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이런 ‘약품판매 사이트’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병주고 약주는’게 아니라 ‘약주고 병줄’ 우려가 있다는 게 문제.

인터넷에 들어가 서치엔진을 두드려 보라. 검색 키워드는 ‘prescription drug sale’ . 우수수 쏟아져 나오는 약품판매 사이트들이 너댓 페이지를 꽉 메워버릴 정도다.

물론 이중 합법적인 약품판매 사이트도 적지 않지만 최근 들어서는 독버섯 번지듯 ‘나쁜’ 사이트들이 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컨수머 리포트지의 토드 마크 기자는 경험담을 이렇게 얘기한다.

“담배도 안피우는 사람한테 금연약을 팔고, 키도 안작은데 성장호르몬을 처방했다. 또 부작용이 뻔한 약을 별다른 경고도 없이 팔더라. 연방식품의약품국(FDA)이 허가하지 않은 약품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한인사회도 약품판매 사이트로부터 안전지대는 아니다. 최근 LA에 이민온 K씨의 얘기. “미국에서는 처방약이라면 항상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하는 것 아니냐. 한국에서는 약국에서 아무 약이나 쉽게 구했는데 불편했다. 그래서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할까 했는데 아무래도 찜찜해 그만뒀다.”

한인들중 상당수는 아직도 의약분업에 익숙하지 않은 실정. 약품판매 사이트는 이런 계층을 노리듯 사탕발림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GHMedical.com의 사이트를 보자. 이 사이트는 ‘소마트로핀’이라는 성장호르몬을 팔고 있다.

성장호르몬은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나 처방해야할 약. 그런데 이게 왠일, 소마트로핀에 대한 설명 옆에는 한 남자가 우람한 상체 근육 드러내놓고 있는 사진이 버젓이 실려있다.

소마트로핀은 일부 바디빌더 사이에서 오용이 문제되고 있는 약품. 근육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품판매 사이트가 이런 식으로 오용을 부추기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경악하고 있다.

사용요령과 주의사항 통지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아예 주의문 등을 담아 보내지 않는 사이트들도 많다. 엉터리 안내문구도 적지 않다. ‘Zyban’이라는 금연약의 복용 요령 알려 달라고 요청한 소비자에게 발기촉진제인 ‘바이애그라’의 사용법을 일러주는 사이트도 있다.

의약품의 질 자체를 믿을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골다공증 약인 ‘포사맥스’(의약품명 ‘앨런드로네이트’)를 주문했더니 발신지가 태국의 방콕으로 돼 있었다. 주소도 없고 그저 사서함 번호만 짤막하게 한줄 적혀 있을 뿐이었다. 제조회사에 대한 정보도 불충분해 진짜 앨런드로네이트가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다.

주문자의 사생활 보호 미흡은 그래도 봐줄만 하다. 생명을 직접 좌우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 지난 여름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가 사생활보호 불충분하다고 적발한 약품판매 사이트는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다른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회사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회사에 신용카드 번호를 공개했다간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물론 약품판매 사이트 모두가 불법 위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컨수머 리포트지에 따르면 유명한 의약품 체인인 CVS의 온라인 회사인 CVS.com처럼 공신력이 있는 곳도 있다. 또 오프라인 사업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PlanetRx.com’, ‘drugstore.com’ 같은 업체는 나름대로 처방절차를 제대로 지키는 온라인 약품 회사들이다.

“수년안에 온라인을 통한 약 판매액이 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도있다. 일부에서는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전자상거래 업종으로 인터넷 약품판매 사이트를 꼽고 있기도 하다.현재 성업중인 약품사이트만도 150개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장세 못지 않게 어두운 그림자 역시 길게 드리워져 있다. FDA 의약품부 책임자인 톰 맥긴스는 “약품판매 사이트와 관련한 50여건의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의약품 매매는 다른 상거래와 성격이 전혀 다른 만큼 철저히 조사해 형사적으로 문제를 삼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에서는 아예 의사가 인터넷을 통해 처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터넷 약품 판매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약품 사이트 체크 포인트>
△VIPPS인증 확인한다=‘VIPPS’는 검증된 인터넷 의약품 관리 사이트의 두문자를 딴 말. 주 의약위원회가 보증하는 이 용어가 들어 있으면 일단 믿을만 하다. VIPPS 인증을 획득한 사이트는 15개 남짓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약사 확인=궁금한 점에 대해 물을 경우 자격이 있는 약사가 이에 응답하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자체정보공개 여부=온라인 사이트가 자신들에 대해 얼마나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공개 사항 중 주소나 전화번호는 기본. 또 미국내 사이트인지 외국에 개설됐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외국에 근거를 뒀을 경우 문제가 생겼을때 보호받기가 쉽지 않다.

△과대 광고주의=‘새로운 치료법’(new cure)이랄지 ‘믿을수 없으리만치 놀라운 효과’(amazing) 운운하면 일단 의심해야한다. 속빈 깡통이 시끄러운 것과 마찬가지다.
△문구를 꼼꼼히 읽는다=일부 주에서는 영업중단 조치를 당한 사이트도 있다. 상세히 읽어보면 이런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정부기관에 직접 문의한다=의심이 가면 FDA에 신고한다. 이메일([email protected])으로 항시 접수한다. 온라인으로 주문된 약을 먹고 위중한 상태에 놓였다면 전화 (301)443-1240으로 연락해 조치를 취한다.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부작용 등이 발견되면 888-463-6332로 신고한다.

<요주의 약품들>
설명: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는 약품으로 현재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는 상품들. 살빼는 약 ‘메리디아’·골다공증 치료제 ‘포사맥스’·항생제 ‘지스로맥스’·우울증 치료제 ‘프로작’·금연에 도움을 주는 ‘자이반’(왼쪽부터) .그러나 자칫 의사의 올바른 처방없이 사용될 경우 혈압상승(메리디아) ,위장장애·구토(포사맥스)를 일으킬수 있다. 이밖에 세균에 대한 내성저하(지스로 맥스)·불면증(프로작)·경련(자이반) 등도 잘못된 처방시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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