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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독감환자와는 가벼운 키스도 ‘금물’

Los Angeles

2001.02.17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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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놓고 하는 애정표현중 키스보다 진한 행위도 찾기 힘들다. 그러나 키스가 얼마나 ‘위험부담’이 큰 행위인지 의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뽀뽀 한차례에 최소 수십종의 세균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프렌치 키스니 뭐니 해서 농도가 짙어질수록 위험한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락날락할 확률은 커진다.

노스웨스턴대의 루이스 스미스박사는 “다른 사람한테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데 키스 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독감이든 다른 바이러스성 질병이든 감염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키스를 하라”고 역설적으로 말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그중 키스로 가장 전염이 잘되는 질병. 최근 LA를 비롯 남가주에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데 애인이나 배우자를 곤경에 빠뜨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키스에 인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A형 독감 바이러스는 전이기전이 가장 잘 알려진 예. 이 고약한 바이러스는 사람의 체내 같은 따뜻한 환경이면 순식간에 새끼를 친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기복제를 하는 것.
이어 환자가 재채기라도 할새면 그 틈에 끼어 환자 체내에서 빠져나와 ‘먹이감’을 노린다. 침(키스)을 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재채기를 통해 빠져나온 바이러스와는 달리 침속에 묻어든다면 적진 침투(감염)는 거의 100% 성공을 보장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스미스박사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바이러스 감염 기전을 몰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저 자신의 건강만을 과신해서는 바이러스를 이길 수 없다는 뜻.

“감기 걸린 애인하고도 키스했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큰소리 치는 사람이 있다면 며칠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2∼3일 때론 4∼5일쯤 지나야 침투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피로감이 쌓이고 몸살이 더해져야 며칠전의 키스를 기억에서 더듬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때쯤이면 아마 키스보다는 크리넥스를 찾기에 바쁠지도 모른다.

하버드대학의 하워드 버그교수는 “독감 퇴치는 진짜 전쟁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오한이 들고 근육통이 생기는 것은 체내의 비상부대가 독감 바이러스와 일전을 치르고 있다는 의미.

독감은 이런 체내 방위군이 동원되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중요한 대목. 독감예방백신이라면 몰라도 이미 감염된 이상 약으로 독감을 물리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독감에 걸렸을때 약부터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올바르다고만은 할 수 없는 대처법. 푹 휴식을 취하고 영양보충을 잘해주는 것이 먼저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공급은 체내 방위군(임파구·T셀)의 승패를 결정하는 군수보급작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방위군의 전쟁이 하루 아침에 승부가 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병이 없는 사람이 감염후 2주쯤 지나야 몸이 정상으로 돌아간다. 해열제나 진통제 약발을 믿고 “감기를 물리쳤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솔한 판단.

해열제나 진통제에 물러갈 바이러스가 아니다. 자칫 완쾌한 것으로 생각, 몸을 혹사시키거나 무리하면 피곤하고도 지루한 연장전을 각오해야 한다.
“그냥 가볍게 키스하면 괜찮치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독감을 옮기는데 필요한 바이러스는 단 10조각이면 충분하다. 다시 말해 촉촉한 느낌조차 오지 않는 건조한 한 차례의 입맞춤도 감염의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말이다.

독감은 1년에 한번쯤 걸리는 게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독감이 그렇게 가벼운 존재일까. 미국폐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해에 독감으로 발생하는 손실액은 150억달러에 이르고 2만여명이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우습게만 보기에는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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