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윌셔이벨극장에서 펼쳐진 75회 '한국의 명인명무전'은 본국무대가 아닌 해외지역에서 열린 공연이었고 명무의 3세대 4세대의 전통이 이곳 LA에서도 면면이 이어져 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뜻있는 무대였다.
이번 무대의 기회자인 박동국과 함께 LA현지 기획을 담당한 이영남은 겸손한 자세로 오랫동안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연구소를 운영하면서도 본국을 지속적으로 방문 인간문화재인 강선영류의 태평무 이매방류의 명무들과 도살풀이의 대표격인 양길순 등에게 꾸준히 전통춤과 명무 계열의 작품들을 사사하였다.
이영남 개인에게는 깊이와 격조를 지닌 첫번째 무대라 할 수 있는 이번 명무전 공연은 그간 자신이 연마해온 명무 계열의 춤실력을 비로서 대중들에게 선보인 데뷔무대이기도 하다. 명무 4세대라 할 수 있는 제자들과 함께 춘 '태평무'는 마치 강선영의 모습을 보는 듯 그가 배운 강선영류 태평무의 모습을 매우 흡사하게 LA무대로 옮겨왔다. 그의 겸손과 한발 한발 다져온 꾸준함이 가져온 이번의 성과에 명무의 도도함에 도전하는 노력과 열정이 더해진다면'무용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밝다고 기대된다.
중요무형문화재 21호 승전무 예능보유자 엄옥자는 인간문화재답게 자신 특유의 운치에 무게를 더한 모습으로 이번 무대에 올라 '원향살풀이'를 추었다. 엄숙한 분위기 애절한 호소력이 담겨있는 이 작품은 깊디 깊은 여인의 한과 슬픔을 표현해내는 춤인데 엄옥자의 춤은 이제 그의 연륜과 더불어 갈수록 명무의 제맛과 멋을 뿜어내고 있다.
이길주의 '호남산조춤'은 구성면에서 남다른 특색이 있다. 이길주의 춤에 베어있는 토속적인 정취가 잘 어울어져 있는 이 춤은 호남만이 지니는 특유의 정서로 인하여 다른 산조춤 작품과는 달리 구별되는 특성을 지녔다.
하나의 춤작품이 명무가 되려면 춤을 추는이의 명인다움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그 춤이 단순히 명무전 공연의 레퍼토리에 머물지 않고 춤이 명무로 승화되어야 명무의 참된 의미가 있다. 한국 전통춤의 진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춤을 누가 추느냐에 따라 춤의 멋과 맛이 다르다. 명인이 추어야 명무이다.
한국의 명무가 갈수록 상업화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한 현실 속에서도 75회째 명무전을 기획해온 박동국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본국 무용계에서의 명무전 기획은 정말 힘들고 고된 작업이다. 그러나 명무전은 이어져 나가야 한다.
명무의 전통성과 다양성에 대한 박동국의 진지함은 분명 우리 춤 세계화에 큰 몫을 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의 해외 기획공연을 계기로 LA현지에서 명무의 전통을 잇는 3세대 이영남이 배출되었다. 박동국의 명무전 공연이 LA에서도 정기화되어 명무의 대를 잇는 진지한 작업들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