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성탄 즈음 LA사랑의교회(담임목사 김기섭)에는 화려한 트리 대신 종이 트리가 벽에 붙여졌다. 트리의 이름은 '엔젤 트리(Angel Tree)'다.
종이 트리에는 '곰인형' '장갑' '양말' 등등 50여개 단어장이 빼곡히 채워졌다. 교회 성도들은 저마다 그 단어들 밑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였다. 성탄절에 받고 싶은 선물을 고르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선물들이다.
그해 교인들은 자신들이 고른 선물을 사들고 특별한 가정 50여곳을 방문했다. 부모가 교도소에 수감돼 외롭게 성탄을 맞고 있는 재소자 자녀들을 찾았다. 그리고 '부모의 이름'으로 선물을 전달했다. 꼭 안아 위로 하고 꼭 잡고 기도했다.
이 교회가 '엔젤 트리 프로젝트'를 시작한 첫 해였다.
엔젤 트리는 1982년부터 주류 교계를 중심으로 시작된 재소자 자녀에 성탄 선물을 부모 대신 전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말 그대로 아빠 엄마 대신'산타'역할을 하는 것이다.
담당 교역자 김숙영 전도사는 "첫해 많이들 울었다. 찾아간 교인들은 재소자 자녀들이 딱해서 울고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기뻐서 울었다"고 당시 경험을 전했다.
그리고 4년째 이 교회는 매년 엔젤 트리를 세워왔다.
선물을 들고 이 교회 교인들이 찾아가는 곳은 교회를 중심으로 반경 2~3마일내 있는 재소자의 가정이다. 대부분 흑인 라틴계 어린이들로 아프고 굶주린 아이들이 많단다.
김 전도사는 "마약 때문에 부모가 잡힌 경우는 방치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부모가 누군지 잘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부모들이 부탁한 선물은 때론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모르는 장기 복역수의 선물이다. 작은 치수의 옷은 그나마 이해할 법 하지만 다 큰 딸에게 인형을 보내달라는 재소자도 있다고 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을 직접 찾아가 돕는 엔젤 트리는 이 교회의 중심 사역으로 자리잡았다. 첫해 10달러씩 들여 50개 선물을 구입했지만 올해에는 20달러씩 120가정에 선물을 줄 만큼 쑥쑥 자랐다.
김 전도사는 전도사가 되기전인 20년전부터 미국 교회에서 엔젤 트리 사역에 동참해왔다. 누구보다 그 놀라운 효과를 체험해온 사람이다.
그는 "선물을 받은 아이 70%가 교회에 출석하고 재소자 부모들도 자녀에게 선물을 준 고마움 때문에 마음을 열고 복음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죄를 짓고 감옥에 있는 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해 어긋나 부모의 전철을 밟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엔젤 트리는 주류교계에서 '세상을 바꾸는 나무'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