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카르페 디엠*
조성자(시인·뉴저지)
히죽히죽 멀어져 간다
최후의 결전처럼 살아본 적 있는가?
계절의 나들목
휘어진 차선을 뚫고 나오는
마음이 밀어올린 생각
생각이 밀어내린 마음
잠시 충돌한다
그대에게 다가가는 일에 몰두했더라면
장미를 모으는 일**이 되었을까?
충돌은 여운만 남긴다
꽃을 잃고 대궁만 남은, 그래서
대궁이 받아내야 하는 볕이 더 무지막지한
이 가을의 레퀴엠
서사는 새로 시작 되지 않는다
꽃 진 자리에, 허물어진 자서 위에
진을 구축할 뿐이다
비만의 날들을 통과해 여기에 이른
여윈 오늘의 등뼈를 무두질하며
나는 그대에게로 간다.
*카르페 디엠: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 ‘송가 I-XI’ 의 마지막 부분 ‘오늘을 잡아라’라는 뜻.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에서 인용되어 더 유명해졌다.
**장미를 모으는 일: 영국 시인 로버트 헤릭의 시 ‘처녀들에게’ 에서' 할 수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모으라”라는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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