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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The Iron Lady) 메릴 스트립 '마가렛 대처'로 빙의하다

Los Angeles

2012.01.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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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필리다 로이드
출연: 메릴 스트립
장르: 드라마
등급: PG-13

너무도 유명했던 그것도 아직 생존에 있는 특정 인물의 전기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인물이 정치적으로 또한 역사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라면 그 부담감은 더하다.

거기에 두 여성이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필리다 로이드 감독과 배우 메릴 스트립이다. 두 사람은 이미 2008년 영화 '맘마미아!'를 통해 멋진 호흡을 맞췄던 콤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선택한 인물은 영국의 전 수상이었던 마가렛 대처. 시작부터 쉽지 않은 행보였다. 특히나 자존심 센 영국인들에게 자국 최초의 여성 수상이었던 대처를 미국 배우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다는 것부터가 거슬리는 일이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영국인들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영화가 취한 태도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철의 여인(The Iron Lady)'을 보고나면 영국인들의 이 같은 반응이 십분 이해된다. 마가렛 대처의 정치적 업적을 과감하게 조명하지도 그렇다고 복잡한 감정과 유약함을 지닌 인간이자 여성으로서의 대처 전 수상을 조명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한 축에서는 가난한 식료품가게의 딸로 태어나 갖은 좌절 끝에 정치계에 입문 수상의 자리까지 올라 많은 반발 속에도 뚝심 있는 정치 인생을 이어가는 '철의 여인' 대처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영화의 다른 축엔 그 굽히지 못한 정치적 고집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외로운 말년을 보내며 심지어 죽은 남편의 환영과 치매에 시달리는 딱한 모습의 '할머니' 대처가 있다. 두 초상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식의 전기로 끝나고 마는 아쉬움을 남긴다.

형식상으로도 최근 개봉한 또 다른 전기영화 'J. 에드가'와 비교를 면하기 어렵다. 과거와 현재를 복잡하게 오가는 형식은 두 영화가 비슷하지만 그 속에서 더욱 심오하게 인물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J.에드가'와 달리 '철의 여인'은 점점 혼란만 가중해 극의 핵심이 산으로 가는 듯한 느낌이다.

다만 이 영화를 위대하게 하는 단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메릴 스트립의 연기다. 자국 출신 배우를 찾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영국인들마저 "메릴 스트립 외에는 상상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만큼 메릴 스트립은 배역과 완벽히 빙의했다. 영화 속 여러 차례 등장하는 그녀의 연설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마저 단번에 설득당할 것만 같다. 그만큼 마가렛 대처를 연기하는 메릴 스트립은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친다.

수선스럽고 들뜬 목소리를 지녔던 풋내기 의원에서 우아한 자태와 진중하고도 신뢰 넘치는 목소리를 지닌 카리스마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과정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영화 '킹스 스피치'를 연상시키는 보이스 코칭 장면은 시종 딱딱한 영화에 부드러운 유머를 불어넣는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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