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책의 향기] '노인과 바다' 등 새로 번역한 3권 출간한 김욱동 교수

Los Angeles

2012.01.06 15:3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헤밍웨이 특유의 하드보일드 문체 살리기 힘들었다"
20세기 초.중반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작품 세 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어라'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이상 민음사)다.

 이미 여러 종류의 번역본이 나와 있는데 다시 새 단장을 하고 출판된 이유는 헤밍웨이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그의 사망 후 50년인 지난해 12월 31일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전의 번역은 대개 저작권 계약을 거치지 않은 일종의 '해적판'이라고 한다. 문학동네와 열린책들 등 세계문학전집을 내는 출판사들도 헤밍웨이 작품 출간을 예고해 놓고 있다. 헤밍웨이 장편 세 권을 새로 번역해낸 김욱동 한국외대 통번역학과 교수(서강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 언제부터 준비했나.

 "헤밍웨이 저작권이 2011년 말 끝날 것에 대비해 3년 전 번역을 시작했다. 헤밍웨이는 나의 미국 문학 첫사랑이다. 미국 유학가기 전 국내 대학원 석사 논문 주제가 헤밍웨이였다."

- 기존 번역본이 참고가 됐나.

 "참고를 했지만 틀린 부분이 적지 않았다. 대개 일제시대 교육받은 분들이 일본어판을 중역한 것들이어서 일본어 표현도 많았다."

 - 힘들었던 점은.

 "헤밍웨이의 문체를 하드보일드 스타일(강건체)라고 하는데 관계대명사로 연결하는 중문을 거의 쓰지 않고 단문을 많이 쓴다. 빙산의 8분의 1만 수면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자기는 8분의 1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독자가 상상하게 하는 문체라고 헤밍웨이는 말한 바 있다. 번역자로서 8분의 7의 함축적 의미를 살리는 것이 난제였다."

- 예를 든다면.

 "스페인어에서 바다를 남성과 여성 두가지로 다 표현하는데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바다를 여성으로 쓴다. 그런데 소설 속 젊은 어부들은 남성으로 바다를 표현한다. 젊은이들은 자연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만 산티아고 같은 노인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왜 작가는 이렇게 썼을까 하는 의도를 생각하면 더 재밌게 헤밍웨이를 즐길 수 있다."

 - 헤밍웨이는 어떤 인물인가

"자서전적으로 작품을 썼다. 2차 세계대전 참전했고 스페인 내전에 신문사 특파원으로 취재한 경험 등을 작품에 녹였다. 그는 고교 졸업자다. 대학 근처도 안갔다. 위대한 작가는 제도교육보다 삶의 현장에서 얻는 경험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헤밍웨이를 통해 알 수 있다."

배영대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