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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부단한 나? '완벽주의 맥시마이저'

Los Angeles

2012.01.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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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결정 꺼리고 불안
“사실 두드려 보고 돌다리인 걸 확인하고도 결국은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타입입니다.”

한인 Y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60대 한인 남성이다. 얼마 전 은퇴하기까지 직장도 무난히 다녔고, 두 자녀도 대학을 졸업해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를 평소 가까이서 지켜 본 가족들은 그가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해 할 때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Y씨는 심리학적 차원에서 볼 때, 전형적인 맥시마이저(maximizer)이다.

맥시마이저는 대략 우리말로는 완벽주의자 혹은 최고 추구주의자 정도로 뜻풀이 된다.

Y씨는 젊었을 때는 자신이 그처럼 강박적으로는 완전무결을 추구하는지 잘 몰랐다. 그러나 50대를 거쳐 60대에 진입하면서 자신의 성격이 평범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뒤돌아 보니, 크든 작든 무슨 결정을 내리는 걸 피하려 했습니다.” Y씨가 털어놓듯, 맥시마이저들은 대체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종국에 가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충분히 만족해 하지 않는다.

Y씨 가족, 즉 부인과 자녀는 수년 전부터 특히 Y씨와 관련한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일체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다. 예컨대 Y씨의 허리 통증 치료를 위해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등에 대해 결정을 내리거나 돕는 등의 조언을 하지 않는 것이다. 식구들이 Y씨에게 특정 병원을 추천해, Y씨가 그 병원을 다녀온다면 뒤에 가서 어떤 식으로든 원망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Y씨의 부인은 이른바 새티스파이어(satisfier) 유형으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새티스파이어는 최고가 아니더라도 현실에 만족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Y씨의 부인은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한 과목쯤 B학점을 받아와도 잘했다며 칭찬을 하곤 했다. 물론 Y씨 부인도 올 A학점을 받는 게 더 낫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이왕 결정된 현실은 현실이라는 게 Y씨 부인의 생각이다.

맥시마이저 유형의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길 꺼린다는 사실은 이미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필요 이상’으로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플로리다 주립대학 심리학과 팀이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 대학 조이스 얼링거 교수는 나아가 “맥시마이저들이 결론 내리기를 주저하고, 또 후회를 일삼는 것은 태생적인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얼링거 교수는 맥시마이저의 성격, 혹은 사고의 틀이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추후에 집중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맥시마이저들은 배우자나 종교 선택 등 인생의 중대한 문제에서부터 사소한 물건 구입에까지 결정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주저하고 망설이는 경향이 농후하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살 때, ‘이번 거래가 마지막’(All Sales Are Final)이라는 등의 문구를 보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건을 샀다가 반품이나 환불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전전긍긍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 전문가들은 “맥시마이저들의 불안 혹은 불만족을 현저하게 개선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자신이 스스로 그 같은 유형의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는 감소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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