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남가주의 바닷가이지만 라구나 비치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예술가들이 모여 살아 마을이 아름다운 걸까, 아니면 이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포착하고자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든 것일까.
라구나 비치의 하늘은 더 푸르고 꽃은 더 찬란하다. LA에서 한 시간 채 못 미치는 거리에 이처럼 일상과 멀리 떨어진 관광지 기분을 낼 수 있는 곳도 드물지 싶다.
눈에 칠 정도로 많은 포토샵과 카메라를 목에 건 관광객들의 기대 가득한 표정은 이 지역이 세계적인 관광지임을 대신 말해준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뿐만 아니라 베티 데이비스, 찰리 채플린, 주디 갈란드, 그레고리 펙도 가족과 함께 조용한 휴식을 즐기기 위해 라구나 비치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리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라구나 비치의 코스트 하이웨이(Coast Highway) 선상, Ocean Ave.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는 무려 100개가 넘는 갤러리와 앤틱샵이 산재해 있다. 국제적 수준의 회화와 조각들이 전시돼 있는 갤러리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라도 선 느낌을 갖게 된다.
피카소가 환생했나 생각하게 만드는 큐비즘의 화폭을 전시하고 있는 와일랜드 갤러리(Wyland Galleries, 509 Coast Hwy), 모네 만큼이나 순간의 빛을 기막히게 포착한 20세기 러시아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 제이 카민 갤러리(J. Kamin Gallery, 1590 S. Coast Hwy.), 빈센트 밴 고흐와 폴 고갱의 모작을 판매하고 있는 히든 드림즈 갤러리(Hidden Dreams Gallery, 266 Forest Ave.). 갤러리에 걸린 그림들은 그 소재인 라구나 비치의 경관을 그대로 담고 있어 더욱 예쁘다.
라구나 비치를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은 그 찬란한 햇살과 푸른 태평양 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주말이면 들어서는 장터, 바닷가를 산책하는 연인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젊은 부부, 구리 빛 피부의 건강한 서퍼들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화폭에 옮겨 놓았다. 이 그림들을 보다가 마을로 눈길을 옮기면 그들로 하여금 붓을 들게 만들만큼 감동을 주었던 라구나 비치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을 시리게 한다.
도자기, 보석, 가죽 등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생활용품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니 예술 작품이다. 원색의 비키니와 비치웨어, 여성들이 부활절이면 하나쯤 새로 장만하고 싶어하는 모자와 드레스가 전시돼 있어 거리는 꽃밭만큼 화사하다.
이태리 식 트라또리아, 프랑스 식 비스트로, 영국식 타번, 미국식 햄버거 스탠드는 물론이고 스시 바와 중국식당에 이르기까지 70여 개의 다양한 레스토랑들이 저마다 베고니아 꽃 화분과 캔버스가 씌어진 파라솔들로 곱게 단장을 하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어 한 끼 식사를 어디서 해야 할까 결정하기에는 선택의 폭이 너무 넓게 느껴진다. 라이브 음악을 연주, 여행지의 낭만을 더해주는 바, 바닷바람이 차갑게 느껴질 때 몸을 따뜻하게 덥혀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여러 곳 된다.
리츠 칼튼 라구나 니겔(Ritz Carlton Laguna Niguel)을 비롯한 리조트,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집을 두고도 하룻밤 묵어가고 싶을 만큼 낭만적인 호텔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 시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다.
가는 길은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133번 하이웨이로 바꾸어 타고 바닷가 쪽을 향해 쭉 내려간다. South Coast Highway를 만나 좌회전하면 Ocean 길과 교차하는 지점, 바닷가 바로 앞의 광장 주변에 볼거리들이 산재해 있다. LA에서 약 55마일, 50분 정도의 거리이다. 일요일에도 주차 미터에 동전을 넣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지역이 25센트에 15분밖에 유효하지 않으니 5달러나 7달러를 내고 주차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라구나 비치 방문자 센터에 전화하면 관광 정보를 무료로 보내 준다. 문의 전화 (800)877-1115, 웹사이트, www.lagunabeachinf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