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소, 검은소, 붉은소 세마리가 언제나 함께 다녔다. 사자는 그 소들을 잡아 먹기위해 매일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사자가 한마리를 공격하면 세마리의 소는 힘을 합쳐 싸웠다. 때문에 사자는 소들을 감히 넘볼 수 없었다.
사자는 작전을 바꿨다. 하루는 풀밭에서 얼룩소가 따로 떨어져 놀고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붉은소가 세마리 소중에서 가장 힘센 소라고 뽐내더라고”고 속삭였다. 이간질을 한 것이다.
사자는 붉은소에게도 “얼룩소가 힘이 가장세다며 뽐내더라”고 똑같은 거짓말을 했다. 붉은 소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얼룩소에게 덤볐다. 검은소가 말렸지만 두마리의 소는 뿔이 빠지도록 싸웠다. 이날부터 세마리의 소는 같이 놀지 않았다. 사자는 이 절호의 기회를 이용해 얼룩소, 붉은소, 검은소를 차례로 잡아먹었다.
인류의 영원한 교과서인 이솝우화의 ‘세마리의 소와 사자’는 ‘분열의 종말’을 이렇게 가르치고있다. 최근 맨해튼 청과업소의 노사 분규를 보면서 이 우화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 것은 한인업주들간의 분열이 자멸을 불러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노조의 불매 시위에 시달리던 맨해튼의 한 업소가 적자에 시달리다 문을 닫은 것이다.
우리사회에 노사관계가 존재하는 노사간의 대결은 숙명적으로 뒤따른다. 근로자는 언제나 더 낳은 보수와 복지혜택을 요구한다. 그것은 근로자의 생리다. 반면에 업주는 영업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건비 등을 가능한 줄이려 애쓴다. 그것은 사용자의 생리다. 그래서 노사간 대립과 갈등이 싹트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대립과 갈등을 협상을 통해 풀어가는 일이다.
노사가 협상을 하기위해서 대표성을 갖춘 기구가 있어야 한다. 불매시위를 주도하는 로컬169는 대표성을 갖추고 있는 합법적 기구다. 이 조직에는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노동전문가들이 버티고 있다. 노동운동 전선의 노장들이 뭉쳐 조직적으로 조직 확대 운동을 벌이고있다.
그런데 사측은 어떤가. 한인상인노조대책위원회가 설립됐지만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대책위는 그동안 로컬169측과 만나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협상은 결렬됐다. 대표성이 없는데다 노동법에 대한 지식도, 협상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더욱 문제가되는 것은 한인업주끼리의 분열이다. 지난주 한인업주 10여명은 노조대책위와는 별도로 한인인종차별반대협회(KADA)를 결성했다. 이들은 “노조 대책위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독자적 행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똘똘 뭉쳐서 싸워도 이길까 말까한 상황인데 자중지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노조사태에 대한 한인사회의 무관심도 심각한 문제다. 청과업소 노사분규는 맨해튼 한인 업소에만 떨어진 불똥이 아니다. 노조설립 불길은 맨해튼 에서 퀸즈로, 그리고 업스테이트와 롱아일랜드로 확산될 수도 있다. 청과업종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으로도 번질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강건너 불보듯하고 있으니 사태 수습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뉴욕한인회측이 사태해결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석주 한인회장 당선자는 최근 로컬169 관계자와 만나 불매시위 중단을 요청했다. 로컬169는 이 요구를 수용 10일간 시위 중단을 결정했다. 맞불시위를 벌였던 KADA측도 시위를 잠정중단 키로했다.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노사가 10일간의 잠정휴전을 선언했을 뿐이다. 이 ‘휴전 협정’을 영구적인 ‘노사 평화 협정’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업주들은 한인회의 대표성을 인정하고 한인회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하지 않았는가. 한인 업주 모두가 ‘세마리의 소와 사자’가 주는 교훈을 곱씹으며 힘을 합쳐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