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을이기에…프랑크푸르트 등 대 도시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이 작은 마을을 찾는 것일까?
두 칸이 전부인 작은 열차를 타고 내린 중앙역은 작은 시골역이었다. 대 도시에서는 직행으로 떠나는 열차도 없다. 마을의 이름은 로텐부르크 오프 데어 타우버. '타우버 강 위의 붉은 요새'라는 뜻. 로텐부르크라고 하면 독일사람들은 잘 알아 듣지 못한다. 같은 이름의 마을이 독일에만 해도 여러 개 있어 그렇다고 한다.
중앙역은 시골냄새와 함께 짙은 안개가 깔려있었다. 역 앞에 호텔이 있어 들어 가니 지도까지 주며 상세한 설명까지 해준다. 중앙역에서 마을의 관문인 '뢰더 문'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중세마을로 들어 서는 뢰더 문을 통과 하려니 가슴이 떨려온다. 로텐부르크의 역사는 1040년 전인 서기 950년으로 올라가야 한다. 로텐부르크 성이 세워진 것은 1070년경.
최초의 성벽은 13세기에 만들어 졌다. 지금도 주민들은 건축양식은 물론 간판이나 기왓장 하나에 이르기 까지 중세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동화 속의 중세마을을 영구보존하기 위해서다. 6월에 로텐부르크를 여행한다면 마이스터트룽크 축제에 참가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와인을 단숨에 들이키는 축제다. 30년 전쟁 당시, 로텐부르크를 점령한 요한 처클라에스 틸리 백작은 거대한 잔(3.25리터)에 담겨진 와인을 보고 '이것을 한 번에 들이킨다면 도시를 되돌려 준다'고 시민들에게 제안했다. 이에 전 시장 누쉬(Nusch)가 와인을 단숨에 들이키고 도시를 구했다고 한다.
이것을 기념하여 1881년부터 시작된 축제가 바로 '위대한 들이킴'이란 뜻의 마이스터트룽크 축제다. 축제는 3일에 걸쳐 이어진다. 이 축제에는 시민들이 당시 의상들을 입고 등장, 연극을 펼친다. 시장 누쉬가 했던 것처럼 거대한 잔을 들고 와인을 들이키는 모습을 재현한다. 6월이 아니어도 마이스터트룽크를 볼 수 있는 곳은 시의회 연회관 건물 위. 오전 11시 이 후부터 매시 정각, 양쪽 창문이 열리며 인형이 나와 와인을 마신 후에 다시 들어간다. 마을 전체를 살펴 보려면 시청사(Rathaus) 꼭대기로 오르면 된다. 입장료는 2유로, 수백 개의 계단을 올라 가야 한다. 엘리베이터는 없다.
시청사 꼭대기에서 바라 보는 마을풍경은 유명한 서양화가의 작품을 보는 듯 하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세상에 존재하는가? 마을 하나 전체를 중세의 도시로 지켜온 로텐부르크 시민들의 위대함. 시민들의 마을에 대한 복원, 보존에 대한 노력은 여행자들에게 존경심마저 불러 일으킨다.
광장에서 나와 아래로 조금 내려 가면 제국 도시 박물관(Reichsstadtmuseum)이 나온다. 원래 수도원이었던 박물관에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부엌과 농기구, 도자기, 재래식 화장실과 도자기 누쉬 시장이 마셨다고 하는 와인잔등이 진열돼 있다.
성 야곱 교회(St. Jakobs Kirche)의 성혈제단(Heilig-Blut-Altar)도 유명하다. 성혈제단은 조각가 틸만 라이멘슈네이더(Tilman Riemenschneider)의 목조작품인데 교회 2층에 설치돼 있다. 교회를 나오면 두 개의 골목길로 갈라지는 플뢴라인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여기는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곳이다.
오른쪽 골목길로 내려 가면 중세 범죄 박물관(Mittelalterliches Krimanalmuseum)이 나온다.
입장료는 4유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문을 연다. 안으로 들어 가면 수백 개의 못을 박아 놓은 고문의자, 손과 발을 함께 묶는 고문기구, 여인들에게 착용을 강요했던 정조대등이 진열돼있다. 중세하면 낭만이 연상되지만 무시무시했던 과거의 잘못도 그 시대에는 함께 있었던 것이다. 섬뜩했던 마음은 인형과 완구 박물관을 방문하며 풀어진다.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박물관 안엔 18세기에서 20세기 초에 만든 세계 각국의 인형들과 장난감들이 진열돼 있다.
그 외에도 로텐부르크에는 독일 크리스마스 박물관 수공예 하우스(Handicrafts House), 서기 968년에 세워진 성베드로와 바울 성당, 1388년에 세워진 토플러 성 등 볼 것들이 풍부하다. 로텐부르크는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박물관과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독일 최고의 여행지다. 돌길로 이어진 도로는 깨끗하고 화분이 있는 중세풍의 집들은 낭만으로 가득하다.
지나다 보면 눈송이처럼 생긴 과자를 파는 예쁜 가게들도 볼 수 있다. 눈송이 과자는 슈나벨(Schneeballen) 이라고 부르는 로텐부르크의 명물 과자. 하얀 설탕을 뿌린 과자와 함께 초콜릿 또는 땅콩을 입힌 것까지 다양하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이제는 어디를 가나 동양인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국적은 대부분이 한국, 중국, 일본인데 로텐부르크에는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기념품 상점까지 있을 정도. 일본TBS에서 방영됐던 ‘작은 눈의 요정 슈가(A Little Snow Fairy Sugar)’란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