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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르기]정성 보인만큼 쑥쑥 자라 ‘기특’

Los Angeles

2001.04.1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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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린 만큼 거둔다.’
모든 일에 적용되는 말이지만 난 기르기 만큼 이 말이 잘 맞을 수 있을까.

박창규씨의 온실에 있는 호접난은 15년 동안 1년에 두차례씩 빠짐없이 꽃을 피워왔다.

박창규씨의 온실에 있는 호접난은 15년 동안 1년에 두차례씩 빠짐없이 꽃을 피워왔다.

올해로 25년째 난을 기르고 있는 박창규(60)씨. 그는 선물로 받은 신비디움으로 처음 난과 만났다. 정성을 보여주는 만큼 쑥쑥 자라는 신비디움의 ‘기특한’ 모습에 반해 그는 난 기르기에 나섰다.

콘도에서 살던 시절, 난 키우기는 만만치 않았다. 비가 오면 화분에 물이 고이지 않게 집 안으로 들여 놓는 것은 기본이고 온도가 떨어지면 난이 얼새라 한밤 중에 일어나 살펴야 하기도 했다. 직사광선을 싫어하는 난을 위해 태양의 고도에 따라 화분을 옮겨주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일. 난에게 좋은 장소라면 식탁이든, 장식대든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때론 여기저기 난 화분을 ‘어질러’ 놓는다고 아내에게 타박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집마당 한 켠에 온실을 만들어 난 관리가 한결 수월해진 편이다. 그래도 그는 일주일에 두번 일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온실에서 산다.

그의 정성 덕분인지 온실에는 250여종 500여개의 난들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호접난은 15년동안 1년에 두차례 빠짐없이 나비를 닮은 꽃을 피워 그를 기쁘게 해준다.

“자녀 키우는데 정해진 방법이 없듯 난 키우기는데도 정석이 없지요.” 책을 통해 물주기, 거름주기, 적당한 장소 찾기 등 기본적인 요령은 배울 수 있지만 사람의 관심만큼 난을 재배하는데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이 그를 비롯한 난 애호가들의 지론. “사람과 대화하듯 들여다 보면 그때 그때 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보인다”는게 그의 말이다.

목마를 때 물주고, 아플 때 치료해주면 난은 곧 화려한 꽃으로 보답해준다. 손이 많이 가고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난 기르기를 그만두지 ‘않는’ 까닭은 바로 이 정직한 보람때문이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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