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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나의 아름다운 마라톤

나는 달린다…달아나기 위해, 위로 받기 위해

설 명절에 읽을 만한 책 설 명절이다. 흩어졌던 마음과 마음이 서로 재회하는 시간. 들뜬 마음이지만 언제 어디에 있든 일상의 피곤을 훌쩍 벗어나 홀가분하게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편안하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한다. 잠시라도 몸과 마음의 이런 저런 짐들을 내려놓는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나의 아름다운 마라톤
이채원 지음 현대문학
292쪽


이 소설은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몇 가지 정보를 숙지하는 게 소설 읽기에 도움이 될 게다. 먼저 이 소설은 201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이다. 잠시 상이 폐지된 이후 무려 12년 만에 가려낸 작품이다. 또 하나. 소설은 저자 이채원(54)씨의 늦깎이 장편 등단작이다. 2007년부터 시작한 마라톤이 계기가 됐다. 하프 코스를 완주했고 풀코스를 훈련하면서 소설을 구상했다.

 작품에 대해 물어보고자 전화를 걸었을 때도 저자는 달리는 중이었다. 숨이 차오르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기나긴 인생을 산다는 게 꼭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마라톤 풀코스 달리듯 느릿느릿 읽는 편이 좋다. 소설의 짜임새도 꼭 그렇다. 주인공의 풀코스 참가 21일 전부터 풀코스 당일까지가 순차적으로 그려진다. 주인공은 매일 훈련을 거듭하는데 그 사이사이에 회상과 상념이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결혼 9년차 불임 여성이다. 어느 날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걸 알게 된다. 그날부터 무언가 이끌린 듯 뛰쳐나가 달리기 시작한다. 하루 훈련을 마치면 존재하지 않는 아이의 발을 벽에 그린다.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이 장면은 주인공의 심리와 욕망을 그대로 투영한다.

주인공은 불임과 남편의 외도 동생의 죽음 등 온갖 사건들과 마주한다. 마라톤은 그 사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방편이다. 그리고 풀코스 완주를 끝내는 순간 삶의 회복을 긍정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거듭 묻는다. "나는 왜 달리는가." 이 물음은 인생이란 마라톤을 달리고 있는 우리를 문득 자극한다. 책이 일러주듯 마라톤에선 사소한 것들이 큰 고통이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운동화 속 작은 모래 알갱이 같은. 주인공은 말한다. "내가 달리고 있는 이 지구는 우주 속의 한 점. 생각해보면 내 안의 아픔이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우리 삶도 그런 것 같다. 인생을 완주하고 보면 아주 사소한 것들로 왜 그리 상처받았던가 허망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마라톤이란 그러므로 아름다운 인생이란 나를 긍정하고 위로하는 몸짓일 거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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