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4.’ 운동경기 스코어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매일 16명의 환자가 애타게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죽어가고 있다. 또 하루 평균 14명의 환자가 새 삶을 갈구하며 환자대기명부에 이름을 올린다.
다음 한주(16∼21일)는 ‘전국 장기·조직 공여 인식 주간(National Organ and Tissue Donor Awareness Week)’이다. 자원봉사도 활발하고 기부문화도 발달했지만 장기 기증 만큼은 항상 턱없이 부족한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지난달 말 현재 장기이식 명부에 이름을 올린 미국인은 모두 7만5,486명. 그러나 장기나 조직을 공여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연 평균 1만명도 채안된다. 2000년의 경우 8,378명에 그쳤다.
한 사람이 사후 장기 기증을 약속하면 최대 50명이 새 생명을 얻거나 좀 더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1인당 평균 기증 장기는 3.6개로 알려져 있다.
장기 기증은 최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수단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생명체 복제기술에 밀려난듯 했으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장기 이식의 장점이 새삼 부각되는 형국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설령 인간 배아세포를 이용해 이식용 장기를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생명 복제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며 장기이식이 합당한 수단임을 강조했다. 더구나 최근 복제 동물의 기형·사산율 등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직까지는 기술적으로도 장기이식 좀 더 확실한 생명 구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장기이식은 인체내 거의 모든 종류의 장기가 그 대상이다. 심장·신장(콩팥)·폐 등은 물론 대소장도 이식이 가능하다. 장기는 제공하는데 제한은 없다. 누구나 기증자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장기를 이식받는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이식 수술이 가장 많은 장기는 신장. 미국에서는 지난해 2만1,699건의 장기이식이 있었는데 그중 1만2,497건이 신장이식이었다. 신장의 경우 한쪽을 떼어내고도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도 많지만 기증자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간 이식이 그 다음으로 많아 4,699건을 기록했다. 간의 경우 부분 이식 등도 가능할 뿐더러,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다른 대체 수단이 없다는 절박성 등이 많은 건수를 기록하는데 한 몫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간에 이어 심장이 2,181건으로 이식 환자 수가 많았다.
미국의 장기이식 환자 발생 양상은 다른나라에 비해 독특한 점이 있다. 소수계 환자가 월등 많다는 것이다.
이식을 기다리는 전체 환자중 44%가 소수계다. 인구 대비로 확실히 높은 수치다. 특히 흑인이 많아 무려 2만명이 넘는 흑인 환자들이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은 라틴계로 9,600여명에 이른다. 아시안도 3,600명으로 인구 대비로는 만만치 않은 수치다.
미주 한인중 장기이식 대기환자 숫자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본국에도 각종 장기 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때 한인 대기환자들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 이식을 받기 위해선 서둘러 등록하는 게 좋다. 혈액형이나 대기 순서 등에 따라 수술순서가 결정된다. 일부에서는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대기 순서를 앞질러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장기공여네트워크(UNOS)는 “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인종도 지역도 신분도 가리지 않는다는 것.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UNSO(800-24DONOR)에 문의하면 된다. LA지역의 경우 성빈센트 메디칼 센터(213-484-7045)에서도 상담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