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라운대학 마크 타타르박사는 “최근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호르몬이 수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인슐린이 장수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슐린은 당뇨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 인슐린이 부족하면 당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 소변 속에 당분이 그대로 섞여 나온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인슐린을 초파리에 주입했을 때 ‘성숙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호르몬은 노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타타르 박사팀이 인슐린을 받아들일 수 없도록 초파리를 변형시킨 결과, 이 초파리는 다른 초파리에 비해 훨씬 오래살았다. 이는 인슐린 계통의 호르몬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 이같은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인슐린을 못받아들이도록 변형시킨 초파리에게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몸체가 다른 초파리에 비해 작다는 것. 불임 가능성도 높은 것도 또다른 부작용이다.
하지만 수명은 평균 48% 정도 늘어났다. 또 경우에 따라 최고 85%까지 수명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USC 연구팀은 효모(곰팡이의 일종)에 대해서도 비슷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 곰팡이에서는 수명이 무려 3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곰팡이들은 자라는 속도가 정상 곰팡이에 비해 더뎠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인슐린이 노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하지만 생쥐 같은 고등동물에 대해서는 이같은 실험이 이뤄진 적이 없다.
따라서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인슐린 관련 유전자는 사람이나 곰팡이나 초파리 모두 기본적으로는 똑같다. 동일한 진화의 길을 걸었기 때문.
학자들이 인체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람의 경우 다른 동물과 달리 인슐린 계통의 호르몬이 일반 인슐린과 이 인슐린의 사촌격인 ‘IGF-I’ 두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 둘중 어느 인슐린이 하등 생명체의 인슐린과 비슷한 역할을 할지는 확실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