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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6] 어려운 시골살이 한달에 생활비 60만원은 있어야

Los Angeles

2012.01.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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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보기에 따라 클 수도 있고 하찮은 돈일수도 있다. 300달러도 채 안 되는 이 돈은 캘리포니아 주의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할 때 대략 40시간 일하면 벌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내겐 많고 적고를 떠나 생명줄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월 기초 생활비 달성 목표치이자 동시에 희망금액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중순이래 지금까지 우리집 생활비는 내가 모두 감당하고 있다.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우리 가족은 모두 4명이다. 뉴욕이나 서울 혹은 LA 같은 대도시에서는 4인 가족 기초 생활비로 30만원은 상상하기 힘든 액수이다.

그러나 이 곳 이스트 밸리에서만은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기초 생활비란 하루 세끼 식비와 냉난방 비용 전기 요금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 4개월 지출을 기준으로 한다면 기초 생활비로 월 평균 30만원 선을 꽤나 넘겨서 썼다. 자급자족 형으로 작물들을 재배하지 않은 탓도 있고 또 겨울이라 밭에서 먹을 거리를 얻는데 한계가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물 포트폴리오를 잘만 짜면 올 봄부터는 30만원 안쪽에서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먹을 거리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댈 수 없는 도시 환경에서 산다면 기초 생활비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이보다 훨씬 더 들 것이다.

10년도 더 전에 경남 하동의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간 한 서울 사람을 알고 있다. 이번에 이스트 밸리로 들어오면서 불안한 마음에 월 생활비가 얼마나 드느냐고 이 사람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하동 일대는 귀농 혹은 귀촌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사는 곳으로 제법 널리 알려져 있다. 한 유명 작가가 쓴 '지리산 행복 학교'라는 책에 주 무대로 등장하는 바로 그 곳이다.

하동의 지인 말로는 가족마다 다르지만 한달 생활비가 대략 가구 당 최저 2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든다는 것이었다. 하루 세끼를 먹고 사는 것은 다들 똑같은데 생활비가 무려 10배나 차이가 나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생활 양태가 다른 까닭이다.

기초 생활비가 아닌 전체 생활비로 우리 식구들은 지난 4개월 동안 월 평균 100만원 남짓을 쓴 것 같다. 기초 생활비를 뺀 여타 생계비용의 비중이 훨씬 컸던 셈인데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통신비와 자동차와 관련한 지출이 컸다.

어머니 아버지 따로 따로인 휴대전화와 집 전화 그리고 인터넷 연결 비용 등으로 지출되는 돈이 한 달에 15만원 안팎이었다. 자동차는 사용을 최소화하는데도 연료비와 보험료 유지 수리비 그리고 등록비 등의 지출을 합쳐 월 평균 20만원 이하로 줄이기가 어려웠다.

특히 미국에 비해 자동차 등록비는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비싼 편이어서 출고한지 12년 된 차인데 1년 기준으로 거의 40만원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99세 된 할머니를 제외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내가 각각 친구 친척과 교류 등 기본적인 사회 활동을 하는데 들어간 비용도 상당하다.

현재 나는 어머니의 휴대 전화를 빌려 쓰는 형편인데 휴대 전화를 한대 더 뽑으면 대략 통신비와 자동차 관련 비용 지출만 월 40만원 안팎에 이를 것 같다.

요컨대 생활비 지출 구성을 크게 보면 '3대4대3' 구조다. 기초 생활비와 교류 등 사회활동 비용이 각 30% 수준으로 엇비슷하고 통신과 자동차 관련 지출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보면 하동의 지리산 자락에서 월 20만원으로 생활한다는 가족은 아마 전화도 없고 자동차도 없이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 친지나 친구 등 지인과 교류도 극소화하는 경우가 아닐까. 나는 여차하면 통신비와 자동차 관련 지출은 차단할 각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친구 친척 지인과 교류를 끊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때 실로 고민이 되는 대목이다. 이는 현금을 손에 쥐기 어려운 시골 살이라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월 평균 60만원 가량의 캐시 플로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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