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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백과사전' 주소록…탄탄한 네트워크 한 몫

Los Angeles

2012.02.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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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의식·소속감 ↑
개인정보유출 피해도
요즘 교회 주보를 잘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각 교회가 교인들의 정보수집에 힘을 쏟느라 여념이 없다.

'교인 주소록' 제작 시즌이기 때문이다. 1월 들어 베델한인교회 충현선교교회 패서디나장로교회 드림교회 다솜교회 넥스트사랑의교회 LA동부사랑의교회 등 각 교회들은 주보에 '교회 요람'을 위한 교인들의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교회마다 '교회 요람' '교우 주소록' '교적부' 등 이름도 다양하다. 교회는 왜 '교회 요람'을 제작할까. 그 작은 책자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교회 요람은 '교회의 백과사전'이기 때문이다.

◆소통의 시작

교회는 사람(교인)들로 구성돼 있다. 회사나 일반 사회 단체와는 달리 교회에는 의무적인 참여는 없다. 교인들은 철저하게 본인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교회에 출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의식이나 소속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소통'이 중요하다.

혼자서 하는 교회생활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패서디나 장로교회 이성일 목사는 "전 교인이 수록된 교회 요람을 보면 누가 교회에 다니고 어떤 분들이 어느 곳에 소속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사역이나 만남을 위해 연락이 필요하거나 교인중에 경조사가 있으면 '교회 요람'이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교우들이 교회 요람을 통해 '소통'을 하면 참여의식과 소속감이 더욱 탄탄해진다는 말이다.

◆네트워크 강화

특히 대형교회일수록 교인들끼리의 네트워크는 매우 중요하다.

개척교회와는 달리 교회가 커질수록 서로 얼굴을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유대관계가 약해질 수 있지만 '교회 요람'은 오히려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하는데 한 몫을 담당한다.

충현선교교회의 경우 교인들의 얼굴 사진까지 교회 요람에 담는다.

충현선교교회 김성규 목사는 "교회 요람에는 이름 전화번호 사진 소속구역 직분 등이 담기게 된다"며 "교회 요람은 서로 얼굴을 모르는 성도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전적으로 교인들을 위한 책자"라고 말했다.

교회 요람 곳곳에는 소속 교인들이 운영하는 명함사이즈의 작은 비즈니스 광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회요람은 교인들이 사업체를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도 사용된다.

◆작은 교회는 필수품

규모가 작은 교회도 반드시 교회 요람 제작이 필요하다.

전도사 목회자 등 사역자들의 '교인 케어링(Caring)'을 위해서다. 교회 요람에는 한 교인이 대한 다양한 정보가 포함된다.

신상정보가 아닌 교인들의 교회 활동이 상세하게 기록된다.

LA동부사랑의교회 백훈기 목사는 "교적부에는 세례교인 여부 소속 소그룹 심방 여부 성경프로그램 신청 기록 등 교인이 대한 상세한 내용들이 포함되는데 이는 사역에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며 "매번 교인들의 정보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까 연초에 교적부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넥스트사랑의교회의 경우 자체적으로 사진 준비팀도 대기해서 전 교인에 대한 사진주소록까지 제작하고 있다.

◆보통 1년에 한 번씩

교회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그만큼 유동 교인이 많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정기적인 업데이트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 시스템적으로 운영되는 교회의 경우 교회요람은 교회가 돌아가는 전반적인 내용들을 1년에 한번 교인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한다.

베델한인교회 장영락 목사는 "1년에 한번 정도는 반드시 교회 요람을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책에는 한해의 교회예산 조직도 리더십 구조 한해 교회 비전 등이 소개된다"며 "교인들이 교회의 1년 방향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책자이며 예산(1만 달러 가량)을 따로 책정해 교회 요람 제작에 편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디까지 공개되나

교회마다 교회 요람에도 개인정보 공개수준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개인정보 누출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패서디나장로교회측은 올해 교회 요람 제작에 있어 교인들의 주소와 생년월일은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빼기로 했다. 지금까지 교회 요람으로 인해서 문제는 없었지만 '혹시나'하는 걱정 때문이다. 반면 넥스트사랑의교회는 사진은 물론 주소 생일 전화번호 베델한인교회의 경우 이메일 주소까지 교회 요람에 포함시키고 있다.

요람속 에서 찾아낸 따뜻한 추억…
존 맥스웰 목사 일화 공개



여기서 '교회 요람'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 하나.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 목사(65.전 스카이라인 웨슬리언 교회 수석목사.사진)는 30년 넘게 포춘 500대 기업의 리더들과 각국 정부 지도자들을 상대로 활발한 강연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리더십 불변의 법칙' '꿈이 나에게 묻는 열 가지 질문' '리더십 골드' '인재경영의 법칙' 등 미국에서만 1300만 부 이상의 책이 팔린 베스트 셀러 저자이다. 아마존 닷컴 10주년 전당에 이름을 올린 25명 중 한 명으로 리더십 강연에 있어서 입지적인 인물이다.
이러한 맥스웰 목사가 얼마 전 40여 년 전 시무하던 교회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그곳은 맥스웰 목사가 신학교 졸업 후 지난 1969년 처음으로 시무했던 인디애나 주 힐 햄의 한 작은 교회였다.
맥스웰 목사가 초대받은 기념으로 설교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갑자기 전화기를 들어 그곳 교회에 무엇인가를 부탁했다. 맥스웰 목사가 초대를 받고 그곳 교인들에게 가장 먼저 부탁했던 것이 바로 '교회 요람'이었다.
맥스웰 목사는 '존 맥스웰의 위대한 영향력'이란 책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처음으로 내가 한 일은 그 교회에 전화를 걸어 모든 교인의 이름과 사진이 실린 교회 요람을 보내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제일 기대되는 일이 옛 성도들과의 만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요람에는 아직도 아는 얼굴이 꽤 있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머리가 많이 빠지고 백발로 변한 사람도 많았지만 세월의 주름살 뒤에는 옛 얼굴이 남아 있었습니다. 나는 많은 시간을 들여 그 사진들을 자세히 보고 이름을 기억했습니다. 설교 준비를 하며 옛 성도들과의 추억거리도 포함시키고 싶었습니다. 내 삶에 그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뒤에서 나를 밀어준 분들이며 그들의 도움과 애정은 내게 큰 힘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따뜻한 추억을 간직하는 것은 '교회 요람'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이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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