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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순수한 기도로 PGA 우승 역사 이뤘죠"…LA방문나선 '탱크' 최경주 선수의 신앙 고백

Los Angeles

2012.02.1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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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선수의 언변은 거침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따뜻했다. 유머와 웃음이 있었다.
그가 힘들었던 지난날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와 함께하는 '하나님' 때문이다.
12일 코너스톤 교회에서 열린 최 선수의 간증 이야기를 요약해봤다.
그의 신앙고백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나는…

최경주 선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정말 솔직하다. 승부처에서는 너무 떨려서 숨이 멎는다. 수많은 갤러리도 보고 있다. TV를 통해 전세계에 중계되는 상황이다. 그때 최선수는 입을 꾹 다물고 공 앞에 선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에 최 선수는 솔직히 기도한다.

“하나님, 이거 안들어가면 나만 쪽 팔리는 게 아니라, 하나님도 쪽 팔리고, 한국도 쪽 팔립니다.”

“하나님, 우승 좀 제발 풀어 주십시오.”

이런 솔직하고 순수한 기도는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였다. 골프는 최 선수에게 있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도구’다. 최 선수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골프는 하나님께서 나를 향한 온전한 계획이였다”고 말했다.

하나님 우승 좀 풀어주세요
시합 중 말씀 외우고 기도
묵상하며 귀한 은혜 체험


◇가랑비에 옷이 젖다

최 선수는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시골 소년 최경주는 KPGA가 되겠다는 목표로 무작정 16세 때 서울로 올라왔다.
최 선수는 원래 기독교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신앙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아내 때문이다. 1993년 아내(김현정 씨)를 따라 교회에 발을 들였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교회에 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랑비 옷 젖듯 서서히 하나님을 알게 됐다.

아내는 성만찬주일에 최 선수가 세례를 받지 않았다고 성만찬을 먹지 못하게 했다. 그때 세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노력 끝에 3년 만인 1999년 4월 세례를 받고 정식 교인이 되었다. 최 선수는 “그때부터 신앙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하나님은 내 인생을 주관하시고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며 “하나님의 나를 향한 계획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빈 잔·계단 그리고 잡초
비어있을때 채워지는 신앙
한계단씩 올라가는 성취
잡초처럼 질긴 강한 정신력


◇내가 붙잡았던 것은 성경 말씀

그때까지 최 선수는 한국 최고의 선수였다. 한국 랭킹 1위를 3번, 최우수선수상은 4번이나 수상했다. 하지만, 미국은 너무나도 달랐다. 실력도 부족했다. 한마디 영어 조차 못 알아들었다. 끌어줄 선배도, 아는 지인도 없었다.

철저히 혼자였고, 고독했다.
그때 최 선수가 붙잡은 말씀은 ‘여호수아 1장9절’이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 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최 선수는 “한국에선 유명한 프로 골퍼였지만 PGA 도전을 위해 미국에 오니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영어도 안 되고 길도 모르고 실력도 부족했던 나에게 여호수아 말씀은 미국땅에 내가 온 이유를 알게 하는 힘이 됐다”고 전했다.

그때부터 미국에서의 삶과, 중요한 박빙의 승부 때마다 최 선수를 붙잡은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말씀으로 승리한 대회

최 선수는 여러 대회 중 타이거 우즈가 주최했던 ‘AT&T대회’ 우승이 기억에 남는다.
쟁쟁한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에서 최 선수는 자신이 없었다. 시합 전날 아내가 물었다.

“당신 우승하면 하나님께 무엇을 드릴 거에요?”

그러면서 아내는 요한복음 15장16절의 말씀(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중략)을 외우라고 했다.

최 선수는 시합 내내 전날 외운 말씀으로 시합에 임했다. 그 대회에서 최 선수는 시합 도중 말씀을 묵상하며 귀한 은혜를 체험했다. 최 선수는 “그동안 내가 하나님을 택해서 붙잡았지만 결국 아니었다”며 “하나님이 나를 택한 것이고 나는 순종하며 열매를 맺는 존재임을 말씀을 통해 시합중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 선수는 시합 때마다 오히려 시합에 집중하지 않는다. 말씀에 집중하면 오히려 담대함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생긴다.

이런 모든 과정에 대해 인터뷰 할때 마다 최 선수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한다. 최 선수는 이런 모든 상황 속에서 PGA에 살아남아 수차례 우승을 차지한 것은 “내가 이룬 역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이루신 역사”라고 했다.

◇내 인생은 빈 잔과 계단 그리고 잡초

최 선수에게는 3가지 인생 철학이 있다. 빈 잔, 계단, 그리고 잡초다. 우선 빈 잔이 될 때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시합이나 어떤 일을 겪을 때 마음을 비워야 속이 편해진다.

신앙도 그렇다. 나를 비워야 하나님이 채워주시는 은혜가 있다. 잡초는 ‘강한 정신력’을 말한다. 시골 출신 최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잡초를 많이 보고 자랐다. 최 선수는 “잡초는 뿌리가 강하고, 어느 곳에서나 생존하며 잘 뽑히지도 않는 질긴 생명력이 있다”며 “어떠한 역경이 있어도 잡초처럼 꿋꿋하게 서서 하나님을 의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계단은 ‘겸손함’이다. 운동선수나 일반 사람들의 인생이나 잘 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매한가지다. 최 선수는 항상 ‘한 계단씩’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루는 것도 단번에 이루는 게 아니고, 떨어지는 것도 와락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마음을 조급해 하지 않고 항상 성실하게 하나씩 성취해 나가면 한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고, 떨어져도 한 계단 내려가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을 갖는다.

◇‘KJ는 쿨하다’

항상 계단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최 선수가 PGA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KJ는 언제든지 쿨하다”.

최 선수는 “나는 갤러리들이 욕을 해도 웃어주고 심판들이나 여러 선수들에게 항상 미소를 짓고 승부가 끝나면 안아줬다”며 “그렇게 진실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PGA 생활이 6년 정도 지나니까 그 사람들이 나를 안아주고, 대변해주는 등 인간관계에서 많은 열매들을 맺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쥐는데만 익숙해지지 마라

최 선수는 많은 것을 얻었다. 물질(돈)도 그 중 하나다. 지난 2007년 아이들을 돕기 위한 ‘최경주 재단’도 설립했다. 최 선수는 “우리는 물질을 쥐는데 익숙하지만 결국 돈은 이 세상에서 잠깐 쓰다 가는 거기 때문에 얽매이면 안 된다”며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물질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책임감도 생기고 그러다 보면 더 많은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이제 최 선수에게는 하나님 안에서 두 가지 목표가 있다.

PGA 10승 달성과 명예의 전당 입성이다. 최 선수는 자신에겐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힘도, 능력도 없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하나님이 함께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다. 최 선수는 혼자가 아니다. 든든한 하나님과 함께 화끈한 인생을 사는 ‘탱크 최경주’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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