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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인생 도처에서 상수를 만나 깨닫다>

Washington DC

2012.02.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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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VA통합한국학교 교사
나는 유홍준 교수가 쓴 문화유산답사기를 좋아한다. 그 동안에 발간된 6권의 책들은 모두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각 권마다에는 어울리는 부제목을 갖고 있다. 1권에는 부제목이 없이 책을 펴는 첫 줄에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라는 구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 수 있었고, 내가 배우고 싶어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를 통해 배움의 중요함을 알게 해주고, 그 모든 것에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다.
 
2권에는 ‘산은 강을 넘지 못 하고’라는 부제를 통해 “종소리는 때리는 자의 힘에 응하여 울려 퍼진다”는 것으로 국토와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의 지지자가 생겨나게 했다. 3권에서는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를 통해 문화유산의 생산과정과 소비자로서의 인간이 엮어진 고유의 미학에 접근하게 했다. 4권과 5권에서는 가보지 못한 북한의 문화 유산에 대해 쓰고 있는데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갖게 해줬다.
 
한국에서 이 책들은 혼자서 또는 마음이 맞는 친구와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는 나에겐 필수적인 준비물이 됐다. 그 뒤로도 가족이나 아는 이들과의 여행계획에도 윤기를 더해줘 참으로 고마웠다. 또한 그 동안 나는 한 번 간 곳은 다시 가서 느끼는 실망이 싫어서, 마음에만 담아두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다시 가니 깊이가 있게 되고 여러 번 가니 정이 들게 되는걸 보면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내가 아끼며 읽고 있는 책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6권으로, 부제목은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고 적혀있다. 이는 인생을 살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무수한 상수들을 만난다는 뜻으로 어떠한 문화적인 명작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상수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의 가치를 밝혀낸 이도 내가 따라가기 힘든 상수들이며,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도 인생의 상수들임을 알게 해준다고 한다.
 
인생을 사노라면 가는 곳마다 높은 솜씨나 방법, 또는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될 수 있고, 하나의 명작을 지키며 살아가는 평범한 필부 또한 인생의 상수들이며, 그것을 보는 현명한 독자들도 알아서 헤아리게 되는 상수들이다. 잘난 체하며 아무리 해도 혼자서는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때 슬며시 해결해주는 누군가가 바로 상수인 것이다.

그러니 잘 모르는 게 있으면 부끄럽지만 용감하게 떠들어야 배울 수 있고 아픈 곳은 소문을 내야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데 무엇이든 깨닫게 해줘 도움을 주었다면 그 또한 상수일 것이다. 먹는 데 관심이 많은 내게 담아놓은 고추장이 변하지 않게 하려면 맨 위에 설탕을 뿌리라고 알려주고, 오이지 같은 밑반찬을 짜지 않게 저장하려면 소주를 부으라고 알려준 이도 내게는 상수들이다.
 
논어에 이르기를 ‘삼인행필유아사언(三人行必有我師焉)’이라는 구절이 있다.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셋이 걸어가면 그 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므로, 무엇이든 겸손한 마음으로 항상 배우는 마음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가르치는 것이므로 연수회를 가거나 다른 교사들의 공개수업을 보면 항상 한 가지 이상은 배우게 된다.

내가 어려워했던 부분을 어찌나 쉽고 간단히 정리하고 해석하는 젊은 교사를 보면 감탄하게 된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만, 발전은 못해도 간신히 뒤처지는 모양새는 면하게 된다고 생각하게 한다. 때로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배우게 된다. 간식 시간에 사과를 나눠먹는데, 전체가 빨간 것보다는 노랑이 섞인 사과가 훨씬 달다며 신과일을 못 먹는 내게 사과를 골라주는 아이들에게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야말로 ‘인생도처유상수’이고 ‘삼인행필유아사언’임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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