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직업탐구] 프로그래머

Los Angeles

2012.02.21 18:1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시대'읽고 '새 기술' 찾는 3D 업종
각종 경제 전문지에서는 해마다 연봉을 기준으로 유망한 직업의 순위를 매긴다. 여기서 열손가락 안에 단골로 드는 직종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다. 이미 세상은 1인 1PC시대가 도래했기에 컴퓨터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의 직업이 프로그래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프로그래머의 삶에 대해서 알아봤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이하 프로그래머)에 대해서 알기 위해 만나본 몇몇 프로그래머들의 특징은 매우 호기심이 뛰어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래머가 되서 호기심이 생겼는지 아니면 호기심이 원래 많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런 특성을 대개는 갖고 있다.

전문직은 대표적인 것이 의사나 변호사인데 프로그래머도 그런 전문직중 하나다. 의사들의 경우 특히 보수교육이라는 것을 받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나면 알고 있는 지식은 구식 기술이나 정보가 되기 쉽기에 의사 자격증 갱신을 명분으로 새로운 기술을 가르친다. 매우 연로한 의사가 새 지식을 제때 갱신하지 못해서 은퇴하는 일이 벌어진다.

프로그래머는 자격증이 없는 직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첨단 테크놀러지다 보니 빠르게 변한다. 그래서 그것이 남은 못해서 즐겁지만 반면에 큰 애로다.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따라가야 한다는 게 직종이 갖는 특별한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7년차 박철오씨는 "요즘도 새로운 기술이 나와요. 따라가야죠. 아니면 프로그래머를 그만둬야 한다"며 "다행히 요즘엔 유튜브에 전문 프로그램 강의가 있어서 시간 나는 대로 계속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새벽 4~5시에도 일어난다. 새로운 기술 동향을 알아보고 필요하면 보충 공부도 한다.

의사로 치면 보수교육을 스스로 해야 하는 직종이다. 주정부가 프로그래머를 의사들과 달리 자격증으로 통제하지 않으니 셀프 보수교육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요즘 한국에서 프로그래머가 IT계의 3D업종으로 불리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나오니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대학 나오고 웬만큼 일이 손에 익을 때쯤에 장가도 가야 하는데 또 새로운 게 나온다. 그래서 프로그램 개발을 웬만큼 좋아하지 않으면 버텨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로는 은퇴의 길을 간다. 바로 기획이나 관리 업무로 옮기게 된다. 대학에서 전산학과나 컴퓨터 사이언스 같은 것을 전공한 사람중 많은 숫자가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부족해서 그런게 아니고 그만큼 버텨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가장 쓸만할 때 기획으로 빠지니 그 자리는 새로운 신입이 맡게 됩니다. 그러면 프로젝트는 또 다시 새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한국의 경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이렇게 경력 5년 이상의 프로그래머가 기획자로 물러나는 경우다.

프로그래머의수명을 따져보니 또한 어떻게 해야 프로그래머가 되는지 궁금해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컴퓨터 공학과를 나와야 프로그래머가 되는 줄 안다. 관련 학과를 나와야 기초가 튼튼한 프로그램이 나올 것 같은데 실제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컴퓨터 공학과를 나온다고 모두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아니다. 졸업생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 할 뿐더러 하드웨어 전문가나 데이타베이스 전문가 네트워크 전문가 등 관련 분야가 많아서 굳이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졸업생의 실력이 현업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지만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이나 미국 할 것 없이 모두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는 따로 공부해야 한다. 의사라면 의대 졸업 후 수련의나 전공의 과정이 있을텐데 프로그래머는 그런 과정을 현업이나 관련 학원 같은데서 배워야 한다. 간혹 대학을 나오자마자 천재적인 프로그래머가 된다면 그는 대부분 중학교부터 좋아서 공부했던지 아니면 4년 내내 프로그램 코딩만 했다고 봐야 한다.

"일단 취직이 중요합니다. 프로그래머로 성공하려면 큰 회사보다는 작은 회사가 좋습니다."

의사와 달리 프로그래머는 여러가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는 작은 회사가 큰 회사보다 낫다고 한다. 큰 회사에서는 부서 배치 받고 그 일만 몇 년씩 하게 되는데 그러면 혼자 프로그램을 코딩할 능력을 잃어버린다고 12년차 프로그래머인 백남국씨는 조언했다.

백 씨의 경우 '독학'으로 고급 프로그래머로 입지를 굳힌 사람이다. 컴퓨터와 밀접한 관계가 없던 공대생이던 백씨는 학원을 다니고 현업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웹매스터를 거쳐 지금은 벤처 회사에서 개발팀을 맡고 있다.

"시키지 않은 것은 절대하지 않는다면 절대 발전이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도 적극적이어야 하고요. 새로운 것을 즐겨야 합니다."

열손가락에 꼽히는 직업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는 새로운 것을 즐기는 즐거움을 알아야 되는 직업이다.

24시
프로그램 코딩 보다
의사 소통 더 어려워


프로그래머의 평상 업무는 당연히 프로그램을 코딩(작성)하는 것이겠지만 근무시간 8시간을 모두 코딩에 쓰는 일은 없다고 본다.

오전 9시30분 출근과 동시에 30분에서 1시간동안 웹서버의 상태를 확인해본다. 사람에 따라 많게는 수 십대를 점검하기도 한다. 박씨는 대략 30여대를 점검해본다. 지난밤 자동으로 이뤄진 백업이 정상적인지 살펴본다.

박씨의 오전 10시30분은 회사 이메일 계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는 파트너 회사들의 담당자들로부터 건의사항 불만사항 긴급 요청사항까지 들어온다. 그래도 이것은 나은 상황이다. 새벽에 전화를 받고 깨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는 정말 힘들다.

한 프로그래머는 "어려서부터 코딩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입문했는데 코딩보다 의사소통이 더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실리콘 밸리의 외국인 프로그래머중에서 유독 인도사람이 많은 이유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도 이유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요즘 뜨는 '유망 직업군' 수학 잘한다면 도전해보세요

IT강국 한국의 실제 모습은 의외로 IT의 기초라고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를 그만두게 하는 제반 환경이다. 엄청나게 노동 착취 산업이고 임금도 무척 싸다.

그래서 5년이 넘어도 코딩을 하고 있으면 승진이나 처우로부터 멀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은 고급 프로그래머들도 추천하는 유망 직업군이다. 특히 수학을 잘하면 프로그래머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의외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있어야 한다. 골방에 혼자 코딩만 하는 프로그래머는 없다. 프로그래머는 의사 프로그램은 환자 대화를 나눠야 할 대상은 환자의 보호자 바로 고객이다. 팀장은 내과과장인 셈이다.

독학으로 독하게 공부해야 하지만 특성상 재미를 붙이면 나중에 손이 떨려서 매스를 내려놓아야 하는 의사들과 달리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다. 시작은 가볍게 웹 프로그래밍을 하고 점차 앱을 만들 수 있는 랭귀지를 배우라고 한다. 프로그래머하면 타이핑도 잘해야 할 것 같지만 기본 툴로 환경적으로 쉽게 코딩을 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경력이 있는 프로그래머의 소득은 7만달러 정도에서 시작된다. 일 좀 한다 싶으면 10만달러가 넘는게 다반사다.

글·사진=장병희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