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26명의 문학인을 등단시킨 오렌지글사랑(회장 정찬열) 모임이 이번에는 74세 늦깎이 시인을 등단시켰다. 일생동안 일기만을 써 오며 문학소녀의 감성과 열정을 켜켜이 쌓아 온 노정열(사진·74)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세상살이 내공이 어우러져 시를 쓰기 시작한 노 씨는 지난 12월 본국 계간지 '문예운동' 겨울호에 당당히 시인으로 등단했다. 총 5편의 시를 세상에 쏟아낸 그는 3년 전 재미시인협회(회장 곽설리)에 가입을 시작으로 오렌지글사랑모임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시인으로서의 재능을 갈고 닦았다.
노 씨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 언젠가 옷감을 뚫고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74년 동안 문학에 대한 열정을 숨겨오다 결국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라고 이번 등단 소감을 전했다.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은 3년 전 곽설리 시인이 건네 준 '갈릴레오호를 타다'라는 시집을 읽으면서 싹트기 시작했다. 노 씨는 "모호한 제목의 시집을 건네받고서는 그냥 무심코 읽기 시작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며 "'아 시라는 게 이렇게도 쓸 수 있는 것이구나' 하고 시의 매력에 완전히 빠지게 됐다"고 시를 쓰기 시작한 배경을 밝혔다.
그렇게 시에 빠져든 노 씨는 남편 서적에 있는 모든 문학 서적을 고시공부 하듯 빠져들어 읽기 시작했고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습관적으로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 날부터인가 내 주위에는 연필과 수첩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며 "TV를 보다가도 또 운전을 하다가도 좋은 시상이 떠올랐다 싶으면 모든 것을 멈추고 수첩에 메모한다"고 말했다.
황해도 신천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장이 아파트 2층 높이로 쌓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평생 일기를 써 왔을 만큼 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또 대학교를 졸업하고 6년 동안 스위스 페스탈로치 아동촌에 있는 한국의 집 부모교사로 활동하며 한국의 고아들을 돌보기도 했다. 그리고 환갑을 맞은 지난 1997년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의사 자격증을 따내며 10년 넘게 아픈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노 씨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우며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언제나 향기나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향기나는 많은 시들을 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