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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노감독이 영화의 조상에게 보내는 헌사

San Francisco

2012.03.1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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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고>를 보고 -
금년도 아카데미상은 <휴고> (Hugo)와 <아티스트> , 두 편의 각축전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휴고> 가 최다인 11개 부문에 걸쳐 후보로 지명됐고, <아티스트> 는 10개 부문에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결과는 두 영화가 각각 다섯 개씩 각종 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아티스트> 의 승리였다고 할 만하다. <아티스트> 가 작품, 감독, 남우주연상 등 주요상을 수상한 반면, <휴고> 는 촬영, 미술, 음향, 음향편집, 시각효과상, 이렇게 기술부문에서만 5개 트로피를 받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골든 글로브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던 이 시대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쁨도 컸을 것이다. 70세 노감독이 처음 시도한 3D 영화로 이런 기술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바타> 이래 3D 기술이 가장 효과적으로 잘 사용된 영화라는 평가다.
<휴고> 와 <아티스트> 는 유사점이 많다. 둘 다 영화 초창기를 다룬 영화이고, <휴고> 는 미국 영화지만 배경이 프랑스 파리이고, <아티스트> 는 프랑스 영화지만 배경이 미국 할리우드이다. <휴고> 는 극영화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조르쥬 멜리에스를 다룬 일종의 전기영화이고, <아티스트> 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를 다룬다.

<휴고> 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제작자 데이빗 O. 셀즈닉의 친척인 브라이언 셀즈닉의 그림 동화책 ‘휴고 카브레’ (불어로는 ‘위고’라고 발음함)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됐다.
1931년 파리의 한 기차역. 대형 시계를 관리하던 아버지 (주드 로 분)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열 두 살 난 휴고 (아사 버터필드 분)는 아버지 대신 시계를 관리하며 대형 시계 벽 안쪽 빈 공간에서 생활을 한다. 아버지가 남긴 고장난 로봇 인형 속에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로봇 인형을 수리하려고 한다. 필요한 부속을 역 내 장난감 가게에서 몰래 훔쳐 오는데, 어느 날 가게 주인 조르쥬 (벤 킹슬리 분)에게 붙잡혀 로봇 인형 수리를 위해 필요한 아빠의 수첩을 빼앗긴다. 수첩을 되찾으려 애쓰던 중에 조르쥬의 손녀인 이사벨 (클로에 모레츠 분)과 가까워지면서 로봇 인형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열쇠를 이사벨이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영화가 시작되면서 보여지는 파리의 3D 풍경은 만화영화 <라따뚜이> (2007년)나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 (2011년)에서 봤던 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 대형 시계 내부에서 대형 태엽들이 엇물려 돌아가는 모습은 디지털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매우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영화의 시조들을 다루는 영화인 만큼 영화 초기의 작품들, 즉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 (1895년), 조르쥬 멜리에스의 <달세계여행> (1902년) 같은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3D가 덧입혀져 사물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생생한 장면을 보여준다.

주로 거리 뒷편의 더럽고 어두운 이야기를 다뤄왔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모처럼 만에 선보이는 환한 가족용 모험영화로 보이지만, 실은 영화의 선조들, 특히 조르쥬 멜리에스에게 바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오마쥬 (경의의 표시)이다. 망가진 로봇 인형을 고치려는 휴고의 노력은 영화를 향한 노감독 자신의 순수한 열정으로 읽혀진다. 1세기가 더 지난 2012년 3D로 리메이크된 고전을 다시 보는 감회는 각별하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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