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멜리에’로 신선한 프랑스 영화 바람을 일으켰던 여배우 오드리 타투가 돌아왔다. 그 동안 영화 ‘코코 샤넬’‘다빈치 코드’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그가 신작 ‘델리커시(Delicacy·La Delicatesse)’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 영화는 프랑스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소설은 페이퍼백(Paperback)으로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100만부 이상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원작 작가인 다비드 포앙키노스와 그의 형제 스테판 포앙키노스가 함께 감독으로 나섰다.
영화는 지난 17일 막을 내린 ‘프랑스 시네마와 랑데부(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프랑스 영화 ‘아티스트(The Artist)’가 올해 아카데미상을 휩쓸며 불기 시작한 ‘프랑스 영화 돌풍’ 때문인지, 열흘 동안 링컨센터를 장식한 페스티벌은 성황을 이뤘다.
마지막 스크리닝에는 두 포앙키노스 감독은 물론 오드리 타투도 직접 등장해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영화는 14일부터 개봉 상영되고 있다. 포앙키노스 형제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에 특급 여배우 오드리 타투가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일으킨 영화 ‘Delicacy’를 들여다 보자.
줄거리는 간단하다. 운명 같은 만남으로 결혼까지 골인한 나탈리(오드리 타투)와 프랑스와(피오 마마이). 극장 프로그램 판매원으로 일하던 나탈리도 큰 기업에 취직하며 평생 행복하게 함께 살아갈 것 같았던 두 커플에게 갑자기 시련이 닥친다. 갑작스런 사고로 과부가 된 나탈리는 일에 ‘올인’해 고속 승진을 이룬다. 누가 봐도 어여쁘고 일도 잘하는 나탈리지만 주변에서는 항상 ‘과부’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그러던 어느 날, 나탈리는 자신의 오피스로 들어온 남성 직원에게 키스를 퍼붓는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그 남성은 말단 직원이고 스웨덴 사람인데다가 노총각이다. 옷을 잘 입는 것도 아니고, 쉽게 말하면 ‘긱(Geek·괴짜)’이라고 할까. 회사 사람들의 가십은 물론 나탈리와 가장 가까운 친구 소피도 탐탁지 않아 한다. 처음에는 나탈리 본인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둘만의 순수한 사랑을 발전시켜 나간다. 순수한 로맨스 영화지만 간간이 위트 있는 장면으로 지루함을 달랬고 파리의 아름다움을 담은 미장센도 볼거리다.
영화가 끝난 뒤 실제로 만나 본 두 감독은 유머 감각이 넘쳤다. 관객들은 감독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시사회가 끝난 뒤 공개 인터뷰 자리에서 “첫 영화인데 어땠나”라는 질문에 다비드는 “물론 우리도 열심히 했지만 스태프들이 정말 좋았다. 처음이었지만 정말 잘한 것 같다. 우리 굉장히 괜찮은 감독인가보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바톤을 이어받은 스테판은 어눌한 형의 영어를 지적하며 “형의 영어를 통역하겠다”라고 해 또 한번 폭소를 터뜨렸다.
형제는 특히 오드리 타투처럼 대단한 여배우와 함께 작업하게 된 것을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니얼 크레이그가 주연한 ‘카지노 로얄(2006)’, 우디 알렌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2011)’ 등 영화에서 캐스팅 디렉터로 일했던 스테판의 네트워크가 빛을 발해 오드리 타투를 데려올 수 있었다고 한다. 비록 첫 영화 감독 데뷔였지만 명배우에 맞춰 촬영 현장의 완성도도 높여야 해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뉴욕 관객들을 맞이한 다비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 한마디가 좌중으로부터 웃음 섞인 박수갈채를 받아냈다. “내가 성공하고 나니까 프랑스 사람들이 나를 너무 싫어한다. 여기 미국에 오니까 성공한 나를 참 좋아해주는 것 같다. 다음 영화는 뉴욕을 주제로 해야겠다.”
러닝타임 1시간 48분. 랜드마크선샤인시네마(143 E Houston St)·시티시네마(210 E 86th St)·링컨센터필름소사이어티(144 W 65th St)에서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