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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돈이 정치를 지배하는 사회

Los Angeles

2012.03.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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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호/HSC 대표
데이빗 스톡만은 1980년 30대 중반 젊은 나이에 공화당 레이건 정부의 예산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예산국장을 거쳐 월가의 투자은행에서 근무했던 그가 30년이 흐른 후 워싱턴과 월가에서 경험한 미국의 탐욕적인 자본주의 문제점들을 비판적으로 서술한 책을 발표하는데 그것이 바로 '정경유착 자본주의의 승리(The triumph of crony capitalism)'다.

그의 통렬한 비판에 귀를 기울여 보면 지금의 미국 아니 더 나아가서 모든 국가가 겪어야 할 두 가치 즉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상충되는지 그 결과 파생되는 해악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우선 그는 정경유착 자본주의를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시장에서 경쟁으로 해결하지 않고 로비나 선거 캠페인에 돈을 제공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업측에 유리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영향력을 가하는 자본주의"로 정의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행태가 지난 30년간 진행되면서 미국에는 돈이 정치를 지배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결국 미국은 자본주의도 민주주의도 없는 사회가 됐다는 통렬한 비판이다.

'자유시장 자본주의(Free market capitalism)'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성공하면 그 보상으로 모든 이익을 다 가져가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파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원칙이 무너지면 정경유착 자본주의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스톡만의 주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골드먼삭스 모건스탠리 씨티뱅크 등 투자은행들이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살아 남았다는 사실은 자유시장 자본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말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대마불사'라는 논리에 의해 거대 투자은행들이 살아 남았지만 그들의 회생으로 미국경제가 나아진 것이 무엇이냐는 반문이다. 연방은행이 이자율을 거의 제로라는 원가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지만 실물부문(기업)에는 돈이 흐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월가는 한해 약 6억 달러를 로비와 선거 캠페인에 사용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리고 클린턴 대통령 시절 골드먼삭스 회장이 재무장관이 되고 그 재무장관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재무장관이 됐으니 그들이 개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그가 공화당원이고 워싱턴과 월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정경유착 자본주의 즉 돈이 지배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방법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개인은 100달러 이내로 정치후원금 기부를 제한하고 기업은 단돈 1달러도 선거자금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정치 기부금제도는 어떠한가. 한 개인이 무제한 돈을 기부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닌가. 뉴트 깅리치를 지지하는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재벌은 1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그야말로 수퍼팩이다.

2008년 이후 중산층이 붕괴하고 빈곤층이 증가하는 현실이지만 수퍼 부자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가 보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99%의 분노가 앞으로 미국 자본주의를 어떤 형태로 바꿀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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