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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라인] 담 큰 사람과 쓸개 없는 동물

Los Angeles

2012.03.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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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봉/수의사·공인수의침구사
흔히 어려운 일을 과감하게 추진하거나 겁없는 언동을 하는 사람을 '담이 큰 사람'이라고 한다. 또 실없는 말을 하거나 어리벙벙한 사람을 '쓸개 빠진 사람'이라 한다. 모두 순발력이나 언행이 쓸개(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표현이다.

사람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동물은 쓸개가 있다. 그러나 말 사슴 낙타 코끼리 등과 같이 먹이를 수시로 섭취하는 초식동물들은 쓸개가 없다. 그 이유는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소화의 필요성에 따라 진화되어 쓸개가 커졌거나 또는 퇴화되어 몸에서 사라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쓸개주머니(담낭)에는 쓸개즙(담즙)이 저장되어 있다. 그러나 담즙은 담낭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고 간에서 생성된다. 담즙은 지방을 효소하는 담즙염이 그 성분이다. 이 담즙염은 지방을 유화시키고 췌장에서 분비되는 지방소화 효소인 리파아제의 작용을 촉진시킨다. 즉 쓸개즙은 지방소화 효소제일 뿐이다.

창자에 음식이 있으면 간에서 생성된 담즙이 창자로 이동하여 소화를 돕는다. 그러나 창자에 음식이 없으면 담즙은 담낭으로 이동되어 창자에 음식이 들어 올 때까지 저장된다. 그래서 사람을 비롯하여 고양이나 개와 같이 먹이를 섭취하는 간격이 있는 동물들은 창자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담즙을 보관해두는 저장소가 필요해 담낭이 발달하게 된다.

그러나 풀을 뜯는 사슴이나 말 특히 야생마들은 항상 먹기 때문에 창자가 비어 있는 경우가 더물다. 그러기에 담즙도 계속 소요되기 때문에 담즙을 일시 저장하는 담낭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원래 있었던 담낭이 퇴화되어 쓸개없는 동물로 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대의학에서는 쓸개즙은 지방소화 효소제이고 쓸개주머니는 쓸개즙의 저장소일 뿐이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쓸개주머니는 사지의 움직임을 순조롭게 하고 쓸개즙 (특히 곰의 쓸개즙을 건조한 웅담)은 혈과 기의 순환을 도와 준다고 본다. 그러기에 한의학에 길들어진 한인들에겐 한의학 이론에 따라 어정쩡하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바로 쓸개 빠진 사람인 것이다.

그들에게 사슴은 쓸개가 없다고 일러주면 "그것봐라 쓸개가 없기 때문에 늘 두리번거리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나 사슴이 두리번거리는 것은 포식자로부터 위험을 피할 마땅한 방향을 빨리 찾기 위한 예민함이지 어정쩡한 습관이 아니다.

우린 용기있고 당찬 이를 보고 '담이 큰 사람'이라고 한다. 한의학 이론에 의거하면 옳은 표현이다. 그러나 현대의학에 의하면 담이 크다면 부정적인 표현으로 간주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음식을 미련스럽게 많이 먹게되면 그만큼 소화시킬 담즙이 더 필요하게 되고 그 많은 담즙을 저장하려면 담도 더 커야 한다. 그러니 담이 큰 사람은 바로 식사량이 많은 사람을 뜻하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도 관점에 따라 의견이 정반대가 될 수 있으니 현대의학과 한의학으로 동물을 치료하는 필자로서는 치료가 더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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