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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아메리칸 리유니언(American Reunion)

Los Angeles

2012.04.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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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다시 뭉쳤다
감독: 존 허빗츠, 헤이든 쉬로스버그
출연: 제이슨 빅스, 크리스 클레인, 에디 케이 토마스, 션 윌리엄스캇 등
장르: 코미디
등급: R


성공한 코미디 시리즈의 생명력은 질기다.

갈수록 스토리는 헐거워지고 조악한 상황 꼬기로 저급한 웃음만 던질지언정 평균 이상의 흥행은 보장이 된다. 잊힐만하면 다시 만나게 되는 등장 인물들에게 관객들은 친밀함과 반가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영화 속 인물들의 삶과 흘러간 시간을 그대로 담고 있는 배경 설정은 연락이 끊겼던 친구 소식을 간만에 듣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특히나 성적인 코드가 섞인 섹스 코미디일 경우에는 남성 관객들의 전폭적 지지까지 얻을 수 있다. 심지어 시리즈 편수가 거듭되며 캐릭터들이 자라 나갈 때마다 그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듯한 동질감과 공감대를 느끼는 이들도 많다. '밋 더 페어런츠' 시리즈 '해롤드와 쿠마' 시리즈 그리고 최근 들어 이 대열에 합류한 '행 오버'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는 그 가운데 최고로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영화일 것이다. 1999년 프롬 파티에서 총각 딱지를 떼기 위해 좌충우돌하던 '고딩'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아메리칸 파이2' '아메리칸 웨딩'에 이르기까지 여자에 환장한 이 철딱서니들의 사건 사고는 계속됐고 팬들은 열광했다. 오죽하면 극장 개봉은 건너뛰고 비디오용으로만 출시된 번외편까지 4편이나 더 나왔을까. 그 친구들이 어엿한 성인이 돼 다시 돌아왔으니 영화팬들은 반가움의 환호성을 지르는 게 당연한 일. 2003년 이후 만 9년 만에 다시 나온 시리즈의 4편 격인 이번 영화는 제목부터 '아메리칸 리유니언(American Reunion)'이다. 주인공 짐(제이슨 빅스)은 미셸과 무난한 결혼생활 중이다. 다만 생활에 치이느라 부부생활이 뜸해졌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그 와중에 고등학교 동창들의 리유니언 행사가 열린다. 서로 얼굴 보기조차 힘들었던 친구들도 오랜만에 마을로 모여든다. 그저 그런 방송인이 돼 있는 크리스(크리스 클레인) 평범한 전업 주부 남성처럼 살고 있는 케빈(토마스 이안 니콜라스) 한참을 잠적했다 나타난 핀치(에디 케이 토마스) 거기에 망나니 스티플러(션 윌리엄 스캇)까지 다시 뭉쳤다. 여지없이 연애사도 꽃핀다. 짐에겐 학생시절 베이비시터로 봐 주던 옆집 꼬맹이가 숙녀가 돼 덤벼들고 크리스와 케빈은 오래전 맘에 있던 옛사랑을 다시 보자 마음이 흔들린다. 자유로운 영혼인 체 하는 핀치는 몰라보게 예뻐져 나타난 동창과 눈이 맞아 불이 붙고 그 와중에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문제아인 스티플러는 옛 버릇 못 버리고 광란의 파티를 열겠다며 설쳐댄다.

영화는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저급한 유머들로 가득 차 있다. 내러티브에서 오는 재미는 없다. 그때 그때 성기를 노출시키거나 욕지거리를 해대는 식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어차피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실망할 것도 없다. 딱 기대 만큼이다.

다만 영화는 주인공들에게 또 한 번의 성장 서사를 더해준다. 우정은 깊어지고 흔들리던 사랑은 제자리를 찾는다. 철없던 고등학생이 아닌 어느덧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어른이 된 이들이 갈등하고 화해하고 커 나가는 모습은 그 저질스럽고 단편적인 유머들 사이에서도 잔잔한 감동과 흐뭇함을 준다. 그래서 좀처럼 불쾌하지가 않다. '아메리칸 리유니언'을 넘어선 또 다른 '아메리칸 파이'를 기대하게 된다. 성공한 코미디 시리즈는 이렇게 무시하려야 무시할 수가 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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