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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그 참을 수 없는 유혹…오늘 하루에만 벌써 5잔…

Los Angeles

2012.04.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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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feine Lover 직장인 A씨의 하루

토런스에 살고 있는 직장인 3년차 A(28)씨는 눈을 뜨자마자 커피머신의 전원을 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허겁지겁 씻고 출근준비를 하다 보면 못 마시고 가는 날도 허다하지만 씁쓸한 커피향에 정신이 깨는 것 같다. 30분 일찍 일어난 오늘 아침은 여유있게 모닝커피 한 잔. 찬물을 끼얹어도 졸리던 몸이 한결 가뿐해진다. 혼자 살다 보니 아침밥은 주로 빵. 커피의 친구다.

일찍 나섰다고 기뻐한 것도 잠시 고속도로는 꽉 막혀있다. 사고가 났는지 트럭이 길을 막았는지 20분째 거북이 운행 중이다. 속이 갑갑하다. 어제도 지각했는데 오늘도 지각하면 한 소리 들을 게 뻔하다. 레드불 한 캔 따서 벌컥벌컥 마신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맛이야?'했는데 톡 쏘는 청량감이 답답한 가슴을 진정시켜준다. A씨는 "레드불은 졸음운전을 쫓는 고마운 존재"라며 "운전하다가 화날 때 한 모금 마시면 조금 가라앉는 편"라고 말했다.

1분을 남겨놓고 아슬아슬 회사에 도착. 다이어트 중인 회사동료가 녹차 티백을 뜯고 있다. 식욕을 억제하고 피부 미용에 좋단다. 그가 "한 잔 할래요?"하고 물어오니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OK. 종이컵이 작아 2~3번 우려 마셨다. 담백한 끝 맛이 몸에 좋을 것 같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시작한 지 1시간쯤 됐을까. 눈도 침침하고 목도 마르다. 며칠 전 회사에 들린 손님이 가져온 박카스도 한 병 마셨지만 별 도움이 안 된다. 이때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메신저가 울린다. "커피 한잔 어때?" 당연히 좋다. 상사가 간부회의에 들어간 틈을 타 회사 근처 커피숍에 간다. 사실 커피가 마시고 싶은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 커피브레이크는 정보 교류의 장이다.

중간 중간 잡담과 뒷담화를 나누며 관계를 돈독히 한다. 회사 돌아가는 사정 짜증나는 상사 일 떠넘기는 동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왠지 모를 동지애가 싹터 커피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커피 한잔 마시자고 하는 사람이 없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X와 Y가 불쌍할 뿐이다.

점심식사는 커피브레이크 동지들과 비빔밥으로 해결. 계산하고 일어서려는데 일명 다방커피를 서비스로 준다. 달착지근한 맛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두 모금 마시면 끝나는 다방커피로 식사를 마무리 할 순 없다. 소화도 시킬 겸 5분 정도 걸어 새로 오픈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선다. 초콜릿이나 바닐라보단 몸에 좋을 것 같아 녹차 맛을 선택한다. 입안에 남아있던 고추장 맛도 사라지고 깔끔해서 대 만족이다.

회사에 돌아와 보니 서류가 쌓여있다. 안 그래도 춘곤증 때문에 졸린 데 점심을 과식했는지 눈이 자꾸 감긴다. 상사의 차가운 눈빛이 닿는 것 같다. 얼마 전 휴가 다녀온 동료가 준 제주도 감귤 초콜릿을 하나씩 먹는다. 나른함이 확 가시진 않지만 썩 나쁘진 않다. 드디어 일이 터졌다. 평소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옆자리 선배가 "일처리 이따위로 할거야?"하며 큰소릴 친다. 내 잘못이 아니라 했지만 믿어주지 않는 분위기. 서랍을 열고 애드빌 2알을 찾았다. 입에 털어 넣었지만 지끈지끈한 두통은 그대로다. 보다 못한 상사가 "A씨 커피 한 잔 합시다"한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한판 신경전이 붙었다.

풀리지 않는 일과 직장상사와의 마찰로 스트레스를 받은 A씨는 오후 6시 퇴근을 앞둔 시점에서 친구에게 "저녁 같이 먹자"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날엔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들어선 구이집. 톡톡 튀는 마운틴 듀 한 잔에 고기맛이 더욱 살아난다. A씨는 탄산음료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울렁울렁 올라오는 술보단 마실 때마다 뻥 뚫리는 기분이 좋단다. 음료를 리필할 땐 환타 콜라 등 종류를 바꿔가며 주문한다.

시끄러운 구이집에선 할 수 없었던 비밀 이야기는 2차로 넘어간다. 스타벅스 커피빈 탐앤탐스 등 커피 프랜차이즈가 늘어날수록 매일 새로운 커피를 마셔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아메리카노 카페모카 카푸치노 카라멜 마끼아토는 이제 물린다. 5.99달러짜리 밥 먹고 6~7달러 하는 스타벅스 커피 마시면 된장녀(남)라는데…. 상관없다. 어차피 커피라는 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통명품 아니던가. 커피 한 잔에 자릿세 와이파이 분위기까지 포함됐다고 보면 투자할 만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아무리 비싸봤자 마음만 먹으면 구글 회장이 마시는 비싼 커피 마실 수 있다는 것. 큰소리친 김에 미리 검색해 둔 커피를 주문한다. 카라멜 프라푸치노 벤티 위드 에스프레소 샷 자바칩 휘핑크림 초코 앤드 카라멜 드리즐.

집에 돌아오자 벌써 밤 11시다. 씻고 이것저것 블로그 순례를 마치니 12시. 갑자기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진하게 홍차 티백 하나를 우린다. 우유를 aktl면 잠이 잘 온다는 속설이 생각나 홍차에 우유를 섞는다. 밀크홍차티를 홀짝홀짝 마시며 인터넷 뉴스를 봤다. 이젠 새벽 1시. 내일의 커피브레이크를 위해 자야할 시간이다. 카페인에 중독되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거짓말이다. 카페인 없이는 하루가 돌아가질 않는다.

Caffeine Victim
사회생활의 윤활유
못마셔서 속상해요


"커피를 못 마신다고 하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싫다.

남들은 카페인을 섭취하면 눈이 떠지고 기운이 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있다. 체질 탓인지 난 커피 한 잔에 취한다. 스스로 답답하다. 예전에는 커피가 이렇게까지 사회생활에 중요한지 몰랐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온갖 인맥과 친분 관계가 형성된다.

대부분 커피를 김치처럼 생각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것 같다. 스타벅스나 커피 프랜차이즈에 가면 차에도 카페인이 다량 함유돼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땐 좋아하진 않지만 라떼 종류를 시킨다. '안 마신다'라고 하는 것도 '못 마신다'라고 하는 것도 분위기상 좋지 않다. 그렇게 말할 때면 '특이하시네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소외감이 느껴질 정도다. 커피를 못 마신다는 것은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 것과 같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소통수단이다"

(정하림.26.LA)

2012 '커피 & 라이프 코드'
현대인에게 커피란? 필수품·소통이며 문화다


굳이 '한잔 할래?' 권하지 않아도 매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까만색 음료. 여기저기 커피 없인 못사는 이들이 많다. 커피(Coffee) = 생활필수품. 커피와 관련된 건강.문화.생활 정보를 커피&라이프 코드로 모아봤다.

◆Coffee History in Korea

한국의 커피사랑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원두 수입액은 5억800만 달러 커피전문점만 1만5000여 개가 넘는다. 동서식품 조사에 따르면 성인 1명당 1년에 약 670잔의 커피를 마신다. 하루평균 2잔 정도. 커피가 한국에 소개된지 110여 년만의 일이다. 한국 최초의 커피 소비자는 1896년 고종으로 알려져 있다. 고종황제는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을 당시 손탁(Sontag) 부인이 타주는 커피에 맛을 들였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을 유행하고 펴낸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보면 "우리가 숭늉을 마시듯 서양 사람들도 커피와 주스를 마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서민들 사이에 대중화된 것은 6.25전쟁 당시 미군을 통해서다. 전쟁 중이니 당연히 보관과 이동이 간편한 인스턴트 커피였다. '커피=인스턴트'라는 공식은 그 때 생겨났다.

◆For sleepless

생체리듬에 가장 중요한 수면. 사실 커피는 각성 효과를 지녀 숙면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건강한 사람이 카페인을 하루 200~300㎎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일반적인 커피믹스나 원두커피로 2~3잔 정도는 괜찮다는 얘기다. 그러나 하루 500~600㎎ 이상 섭취하면 불안 짜증 수면 장애 두통 근육 떨림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 등 이상 증세를 유발한다. 커피나 차 한 잔만 마셔도 불안.짜증 증세가 나타난다면 커피와의 절연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불면증에서 해방되고 싶다면 오후 4시 이후 커피 등 카페인 음료의 섭취를 삼간다. 우리 몸은 카페인을 저장하지는 않는다. 소변을 통해 체외로 내보내는 데 3~7시간이 걸릴 뿐. 즉 4시 이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오후 11시쯤엔 말끔한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In love with Coffee

커피의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맛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바흐는 커피 칸타타에서 "아 커피 맛은 얼마나 달콤한지. 수천 번의 키스보다 더 사랑스럽고 훌륭한 와인보다 더 달콤해라"라는 말을 남겼고 도스토옙스키는 궁핍한 생활로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되자 "내가 지금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울부짖었다. 베토벤은 커피 한잔에 일일이 골라낸 원두 60알을 썼고 나폴레옹은 "커피는 내게 온기와 각성 특별한 힘과 함께 커다란 기쁨이 있는 고통을 안겨준다"라며 유럽을 제패할 힘과 용기를 얻었다. 초기의 커피는 이슬람 세계에서 종교적으로 활용됐다. 이슬람 신비주의 수도승인 수피들은 커피를 신과 소통하는 도구로 사용하며 "커피를 조금이라도 마신 자는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For babies

일반 성인이 커피 한잔을 마셨을 때 체내 카페인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의 시간은 약 5~7시간 정도. 임산부의 경우 3배나 긴 18~20시간이 걸린다. 카페인이 생체막을 자유롭게 통과 체내에 오랫동안 남아있어 태아에 영향을 준다. 저체중아 출산이 대표적이다. 임신기간 중 매일 3잔 이상의 커피나 6잔 이상의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태아 기형까지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임산부가 착상 단계에서 커피를 과다 섭취하면 태아의 혈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유 중인 여성도 주의해야 한다. 수유 중인 여성이 섭취한 카페인의 약 1%는 모유로 분비돼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임산부의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300mg 이하 즉 인스턴트 커피 4잔이나 차 5~6잔에 해당한다.

◆스트레스와 커피의 상관관계

최근 직장인 8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스트레스 설문자료에서 무려 55.5%가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하는 나만의 노하우로 '커피 한잔'을 선택했다. 커피가 주는 여유로움 때문만은 아니다. 커피 속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이 스트레스 오염된 환경 과도한 운동으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유방암.성인당뇨병.간암 등을 예방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트레스는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환경에 직면하게 되면 나타나는 심리적.신체적 긴장상태를 뜻하는데 커피 즉 각성제 성분인 카페인을 섭취하면 덜 피로하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느끼게 된다.

문제는 양이다. 조만철 신경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보통 스트레스를 겪는 이들은 자신의 상태와 체질을 모른 채 커피를 과잉섭취하게 된다. 이와 관련 조 전문의는 "크게 불안.불면.안면홍조.신경과민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라며 "커피라는 자극제를 이용 신체와 뇌 운동을 강제로 시키다 보니 결국 쌓이는 스트레스와 피로감은 더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카페인 중독 자가 진단

· 안절부절 불안해진다. Y N

· 신경이 예민해진다. Y N

· 불면증이 있다. Y N

· 쉽게 흥분한다. Y N

· 소변을 자주 본다. Y N

· 근육이 떨린다. Y N

· 소화가 안 되고 설사를 한다. Y N

· 두서없이 말하고 늘 어수선하다. Y N

· 심장이 빨리 뛴다. Y N

·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변덕스럽게 변한다. Y N

· 메스꺼움을 느낀다. Y N

· 몸이 나른하고 항상 졸리다. Y N

·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진다. Y N

· 얼굴이 상기되며 홍조를 띤다. Y N

· 두통, 소화불량이 있다. Y N

☞ 커피나 카페인 함유 음료를 하루 2~3잔 이상 마셨을 때 위의 사항이 5가지 이상 나타나면 중독 의심.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는?

루왁커피다. 이 커피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 살고 있는 사향고양이과의 야생동물인 루왁(luwak)에게 얻은 것이다. 루왁이 커피 열매를 먹으면 껍질만 소화가 되고 씨앗은 소화가 안 된 채 배설된다. 이 커피 씨앗이 뭉쳐진 배설물만을 채취해 양질의 원두만을 골라 깨끗이 닦아낸 뒤 햇볕에 말려 만든 것이다. 독특한 향기와 깊고 부드러운 맛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생산량. 1년에 500~700㎏의 원두만 생산된다. 원두 ㎏당 900~1000달러 이상을 호가한다. 큰돈을 내도 진품을 구하기가 힘들 때도 있다. 이 밖에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미국 하와이에서 생산되는 ‘코나’ 등이 비싼 커피로 꼽힌다.

◆착한 커피?

공정무역 커피를 가리킨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우간다·콜롬비아·브라질·동티모르·인도네시아 등 빈곤국에서 주로 생산된다. 커피 재배 농민이 1㎏의 원두를 팔고 손에 쥐는 돈은 10센트 안팎이라고 한다. 이들의 일당은 1~2달러가량. 그런데 커피의 소비자 가격은 여기서 200배나 뛴다. 대형 유통업자가 천문학적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불공정을 바로잡자고 나온 것이 공정무역 커피, 즉 착한 커피다. 소비자들이 유통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생산자들과 연결해 커피 생두를 적정 가격으로 사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은 커피뿐만 아니라 코코아·차·바나나 등 다양한 작물에서 공정무역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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