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미 FTA 발효 한달 지났지만…한국 차부품 업계는
68%가 원산지 증명 준비 미흡…수출 차질 우려
'관세 혜택 총액 4배' 추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의 원산지 증명 준비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SK텔레콤·한국오라클·에코클라우드 3사가 이달 초 한국 자동차 부품 협력회사 300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원산지 관리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운영하는 기업은 32%에 불과했다. 나머지 68%는 조직이나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었다. 원산지 검증체계를 갖추지 않은 이유로 ▶검증 업무의 중요성을 모르고 ▶협력사와의 데이터 통합 관리가 어렵고 ▶비용 부담이 큰 점을 꼽았다. 현대차·현대모비스·만도의 FTA 전략 컨설팅을 맡고 있는 삼정 KPMG도 “최근 자체 조사 결과 완성차 업체로 원산지 확인서를 내는 1차 부품 업체가 50%가 안 된다”고 밝혔다.
기업이 한·미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을 누리려면 수출품목이 한국산임을 증명해야 한다. 원산지 표시가 허위이거나 증빙서류가 미비하면 그동안 감면받은 관세를 한꺼번에 물어내고 과태료에다 가산세까지 추징당한다. 미국의 경우 대략 관세로 혜택받은 총액의 네 배에 달하는 액수를 추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자동차나 섬유 등 FTA 혜택이 큰 산업을 중심으로 연간 5000건 이상의 원산지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간접검증 방식을 취하는 유럽연합(EU)과 달리 미국은 미국 세관이 직접 각 나라를 방문해 까다로운 증명 절차를 요구하기로 유명하다. 관세청 서울본부 이동현 홍보담당관은 “미국은 FTA 역사가 오래되고 원산지 검증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 한마디로 말해 걸리면 크게 당한다”며 “영세한 기업의 경우 존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세관은 2006년 음향기기 업체인 미국의 파이어니어에 37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이 회사가 제3국의 부품을 사용해 멕시코에서 단순 조립된 스피커를 수입하면서 미국 세관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특혜 관세를 신청해 혜택을 누렸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원산지 검증 요청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7년 이후 3년 동안 원산지 검증 요청은 연평균 7건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해 88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들어 이미 59건이 접수됐다. 대부분 EU 측의 요청이고 아직 미국이 검증 요청을 한 사례는 없다. 김두기 국제원산지정보원장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원산지 검증을 요구해 올 경우 국내에서도 파이어니어 같은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이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관세청은 현재 6200여 개 중소기업을 방문해 1대1 원산지 업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이와 관련한 설명회도 열 계획이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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