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은 여행전문 통신원과 떠나는 유럽] 네덜란드 여행기, 빈센트 반 고흐 박물관…매년 150만 명 관람객 방문
고흐와 동생 테오의 숨결 살아 있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려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고흐 때문이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고향이라고 표현했던 방랑자 빈센트. 그는 엄청난 열정으로 붓을 휘둘러 짧지만 매우 의미 있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지독하게 가난하면서도 자신을 부자라고 말했던 고독한 남자. 고흐의 발자취를 찾는 것은 반 고흐 미술관에서부터 시작된다.
반 고흐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은 매년 150만 명 정도.
그야말로 암스테르담에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네덜란드 최고의 명소다. 고흐가 일생을 통해 판매했던 작품은 단 한 점. 1888년에 그린 붉은 포도밭(The Red Vineyard)이라는 작품이다. 붉은 포도밭은 안나 보쉬라는 여인이400프랑(현재시세 약 1000달러)에 사들였다. 안나 보쉬는 고흐가 아를에서 알고 지내던 벨기에 출신 화가 외젠 보쉬의 누나다. 그는 팔리지 않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읊조리기도 했다.
빈센트가 동생 데오에게 보낸 편지(1888년 3월)의 한 구절 내용이다.
사람들은 생전에 고흐를 외면했지만, 그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의 뜨거운 영혼을 작품 속에 불어 넣고 있었던 것이다. 미술관의 컬렉션은 고흐의 동생 데오가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유명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폴 고갱, 앙리 드 툴루즈 로트랙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특별전을 자주 전시하기도 한다. 우리가 미술관에 찾아간 그 날도 피카소의 파리 시절 (1900 ~ 1907) 작품 20여 점이 지하관에서 전시되고 있었다. 황토색과 연한 장미색을 많이 사용했던 청년 피카소의 장밋빛 시대 작품들이다.
반 고흐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온 날. 암스테르담의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 북부 브라반트 지방의 준데르트(Zundent) 마을에서 태어났다. 4년 뒤 동생 데오 반 고흐가 태어났는데, 그가 바로 고흐의 평생을 뒷바라지 해준 인물이다. 데오는 고흐에게는 동생이 아니었다. 오히려 부모님보다 더 고흐를 인정해주고 그를 도와줬던 도량 넓은 인물이었다.
동생이면서도 고흐에게는 큰형님과 같은 깊은 형제애를 나누었던 데오.
고흐가 그린 데오의 그림 한 점이 전시되어 있는 곳도 바로 반 고흐 미술관이다. 원래 ‘Portrait of Theo van Gogh, 1887’는 반 고흐 자화상으로 분류됐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데오의 작품으로 구분된 것은 지난 2011년. 생긴 것마저 비슷했던 두 사람은 연구 결과 귀의 모양과 수염 등에서 차이가 났다고 한다. 데오는 귀가 둥근 반면 고흐의 귀는 길고 각이 졌으며, 붉은색 수염과 구레나룻을 자화상에 그렸던 고흐에 비해 데오에게는 구레나룻이 없었다고 한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668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던 두 사람.
“네가 보내준 돈은 꼭 갚겠다, 안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고 데오에게 보낸 편지에 썼던 고흐. 동생에게 더 이상 짐이 되고 싶지 않으려는 마음이었을까. 1890년 7월27일, 그는 산책하는 동안 스스로 가슴에 권총을 쏘았다. 이틀 후, 동생 데오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흐는 숨을 거두었다. 충격을 받은 데오는 그 자신도 정신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그도 6개월 후 숨을 거두었다. 두 사람은 현재 오베르 쉬르 아즈(Auvers sur Oise) 공동묘지에 함께 묻혀있다.
반 고흐 미술관에서 그가 그린 위대한 작품들을 바라 보며 나는 상념에 젖는다. 위대한 인물은 가난과 고통가운데 나오는 것인가.
반 고흐 미술관 정보
http://www.vangoghmuseum.nl/vgm/index.jsp?page=327&lang=nl§ion=sectie_online(입장료 구입)
여행 팁:
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1년 365일 오픈(단, 1월 1일 폐관)
입장료: 14유로(17세 미만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