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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기자의 감성코드] 분노

Los Angeles

2012.04.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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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병시대 가라~ 지금은 '분노조절 시대'
'밥 먹어 밥 먹으라고 밥 먹으라니까! 너 이 자식 엄마 말을 들은 척도 안 해?!' 정성들여 따뜻하게 차려놓은 밥 식을까봐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아들을 부르다 지쳐 불 같이 화를 내 본 적이 있는가.

'이 여편네가 남편 알기를 우습게 알지? 왜? 돈도 잘 못 벌어 오고 집구석에만 앉아 있으니 식충 같냐? 엉?' 아내가 요새 기운이 없어 보인다며 식탁 가득 영양식을 잔뜩 차렸는데 맥락 없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막 말을 퍼부어 본 적이 있는가.

'에이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다 때려 치워야지 이거 원.' 직장 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것도 안 들리는 듯 책상 위로 물건을 냅다 던지고 큰 소리로 화풀이를 한 후 사무실을 나가 버린 적이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운전 중 앞에 끼어든 차에 대고 얼굴이 벌개져 욕지거리를 하거나 속도를 올려 위협적으로 그 차에 따라붙어 본 적은 잘못 건 전화를 예의 없이 끊은 상대에게 들리지도 않을 폭언을 퍼부어 본 적은 혹은 사소한 지적을 하고 지나간 적은 없는가. 그렇다. 우린 매일 '분노' 속을 살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분노 조절 실패'의 시대를 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분노를 너무 참는 게 문제였다. 오죽하면 '화병'이란 용어가 생겨났을까. 이민 사회는 더 했다. 참고 또 참아야 했다. 억울해도 참고 서러워도 참고 열 받고 화가 나도 참아야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욱'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무시당했다는 분노를 참지 못해 총기를 난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갈등에 폭발해 가족을 살해하는 사람도 있다. 길바닥에서 모르는 사람과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다 '~녀'로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흔하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찰나의 분노에 휩싸여 맹렬히 화를 낸 후 후회하기 일쑤다. '그럴 일이 아닌데….' '내가 왜 이러지?'라며 말이다. 분노형 강력 범죄가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분노가 나타나는 양상도 다양하다. 강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예고없이 화를 분출하는 충동형은 순간적으로 '뚜껑 열린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표현에 걸맞은 유형이다.

습관형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무의식적 학습결과로 필요한 상황에서 강력한 분노를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비판이나 무시 등에 유독 민감한 수치심 가득한 자아를 가진 격노형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학대하는 데 필요 이상의 공격성을 보이는 비난형 그리고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발하는 오만하고 완고한 성격의 통제형 분노도 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안으로 누르는 분노 억압(Anger In)이 분노 폭발(Anger Out) 더 나아가 분노조절장애로 바뀌어가는 데는 사회의 중심축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며 질서보다는 자기 표현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가족을 이루고 살던 시대에는 가정에서부터 분노와 욕구를 참고 관리하는 교육을 자연스레 받는 반면 핵가족 시대에는 그런 '밥상 머리 교육'의 기회도 없는데다 '아이들의 기를 죽인다'는 이유로 자녀들을 방임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스로 통제하는 훈련을 받지 못한다는 것.

일부는 어렸을 적 부터 좌절을 경험해온 젊은 세대들의 성장 과정에서도 그 원인을 발견한다.

취학 전부터 부모의 억압과 또래와의 경쟁에 시달려 온 젊은 세대가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경제 위기로 인한 불안감과 목표 좌절에 직면하자 사회에 대한 응축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견이다. 사회학자들은 양극화된 사회의 전형적인 병리로 분노조절장애를 꼽기도 한다. 빈곤과 기회상실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소외감은 마음 속에 분노를 축적시키고 이를 불특정 다수에게 쏟아내는 분노형 범죄도 자연스레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노 조절을 잘 하려면

1. 분노 폭발 역시 폭력임을 인정하라. 신체 폭력 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 역시 폭력이다. 화를 크게 낼 때마다 3일의 수명이 단축되고 있음을 떠올려라. 분노 조절을 위해 평소 세수할 때 마다 '나는 화를 조절해서 표현할 줄 아는 강한 사람이야'라고 자기 격려를 한다.

2. '멈춤 능력'을 강화한다. 분노 폭발은 자극에 대해 30초 안에 이루어진다. 이 순간을 넘기는 것이 관건이다. 멈춤 방법의 예로 '타임 아웃'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상대에게 양해를 구해 놓는다. "내가 더 이상 통제가 안 되면 '잠깐' 이라고 이야기하고 밖에 나갔다가 올게. 그 순간은 피해서 이야기 해!"라고 약속하고 그런 상황이 오면 그렇게 행동한다.

3. '피해자-가해자' 프레임을 벗어나 '문제 해결자'가 되라. 잠깐 멈추었다면 자신이 피해자라는 마음에서 벗어나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 본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불같이 화를 낼 엄마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이가 존중하는 엄마가 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엄마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나!리모델링' 칼럼 중〉

일상 생활에서 분노 다스리기

- 화가 난다고 바로 폭발시키지 않는다. 더 큰 화와 스트레스가 유발된다.

- 분노를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방법을 찾는다.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부르면 도움이 된다.

- 어쩔 수 없이 분노를 표출했다면 그 뒤에는 온 몸을 풀어준다. 명상이나 복식호흡이 좋다.

- 화가 난 상태로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자료 중〉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법

- 적극적으로 들어라

- 상대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라

- 중립성을 가져라

-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 열린 마음으로 들어라

〈비버리 엔젤 '화의 심리학' 중〉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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