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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혼자라서 행복해…절친한 친구 외로움이 항상 곁에 있으니까

Los Angeles

2012.05.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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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獨身).

혼자 사는 삶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좋다 나쁘다'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서 가장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어감상 평생 혼자 살기로 결정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독신의 사전적 의미는 배우자가 없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한다.

2010년도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총 9960만 명이 독신이며 이중 53.1%는 여성이다. 전체 독신 인구 중 61%는 단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뼛속' 독신이고 이혼경험이 있거나 배우자는 잃은 경우는 각각 23.8% 14.4%로 조사됐다. 65세 이상 독신 인구는 1640만 명에 달했다.

한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2035년 장래가구추계' 자료를 보면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비중(23.9%)이 2인 가구(24.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근소한 차이다. 전문가들은 독신 인구 급증 이유로 젊은 층의 결혼기피 및 만혼 고령화를 집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여성(222만 명)이 남성(192만 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세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신조어다. 예전 X세대나 N세대처럼 자신들을 세대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특징. 독신은 어느 특정한 연령대에 집중돼있다기 보단 성향과 가치관에 의해 만들어진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이성 간의 교제가 없었음을 나타내는 '모태솔로' 누구의 간섭도 받길 거부하며 자기주장이 뚜렷한 네오싱글족(Neo) 자기계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진취적인 여성을 의미하는 스완족(Strong Women Achiever No spouse)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일부는 미혼(未婚)이란 단어보다 비혼(非婚)을 선택 '(결혼) 못했다'가 아닌 '안 했다'에 의미를 둔다.

스스로 독신을 선택한 싱글족은 자유로운 생활패턴과 취미생활에 큰 매력을 느낀다. 결혼은 꼭 해야하는 과제가 아니라 선택사항이라는 것. 주위 친구들의 결혼생활을 보며 환상을 버렸다는 S(33.토런스)씨는 "남자들은 문지방만 넘어서면 딴생각을 하는 것 같다"라며 "남편 없이도 얼마든지 즐겁고 당당하게 살 수 있다. 세계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외로울 틈도 없다"라고 말했다.

부모의 결혼 압박에 맞서 독신예찬론자가 된 K(37.LA)씨는 "서른 전까진 결혼을 생각했지만 아무리 좋은 여자를 데려와도 집에선 반대가 심했다"라며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삼촌이 될 자신은 있어도 아버지는 부담스럽다. 결혼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답답함과 절절함은 오직 독신 자녀를 둔 부모의 몫.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가르침이 오히려 독이 됐다. LA청실홍실 운동본부의 박정희(55)씨에 따르면 독신 자녀가 35세를 넘긴 경우 부모의 하소연과 불안감이 극대화된다.

결혼정보업체나 중매에 의지하는 것도 바로 이때다. 오랫동안 독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상담을 맡아 온 그는 "서른까지는 대부분 자녀를 믿고 기다리지만 그 후엔 잠을 못 잘 정도로 불안해한다"라며 "손자를 안고 싶다는 소망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씨에 따르면 한시가 급하다 보니 서른을 훌쩍 넘긴 자녀의 의사는 묻지 않고 "아들(딸) 팔러 나왔어요"하며 맞선상담을 의뢰하는 부모들도 많다.

독신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주거.식품.문화.의료 상품 등은 날로 발전하고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평생 혼자 살 수 있다는 '싱글족 전성시대'가 도래했지만 아직도 독신의 키워드는 외로움이다. 반려동물이나 동호회로는 풀 수 없는 불안감이다.

200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인 가구 생활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 1204명 중 34.3%가 경제적 불안감이 혼자 살면서 가장 곤란한 점이라고 밝혔으며 아프거나 응급상황 시 대처(30.1%) 외로움(19.5%) 노후 불안감(7.6%) 주위 시선(5.2%)이 그 뒤를 이었다. 평소 독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왔다는 이수미(49)씨는 "결혼은 안정감과 사랑 성숙을 만든다"라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나 편안함 보단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이라고 결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럴땐 독신·이럴땐 커플이 좋다
"항상 세트처럼 다니는 와이프·아기…나도 자유가 필요해"


마음이 허전

"좀 이른 나이에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안정감이 있다. 물론 친구들은 아이와 가정을 얻은 대신 지금 내가 가진 경력을 잃었지만 때때로 마냥 부러울 때가 있다. '남의 돈 쓰는 게 어디 맘 편한 줄 아니?' 하며 답답함을 토로하지만 내 눈엔 그마저도 어리광처럼 보인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걸까?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피할 수 있어 독신으로 사는 게 편한 것 같지만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무서울 땐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은 허전한데 계속 혼자 있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게 귀찮아지는 것 같다."

(황민정.29)

쌓여가는 청첩장

"봄이라 친구.동료들의 결혼식이 계속 된다. 쌓여가는 청첩장에 지갑이 얄팍해진다. '또 한 놈 가는구나' 하다 보면 계속 간다. 회사 일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때 저녁에 술 약속 없을 때 집에서 끓여주는 된장찌개 먹고 싶을 때 가정 있는 친구들이 부럽다. 맞벌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부부라면 더 좋다. 뭔가 취미를 하더라도 둘이 있으면 즐거울 것 같다. 결혼이 주는 메리트를 누리면서 자유로운 생활은 어려울까? 환갑을 넘기신 어머니가 새아기타령 하실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대니얼 박.33)

삼시세끼 사 먹고 싶다

"독신에게 가장 부러운 건 자유로움이다. 저녁 늦게 친구들 만나 맥주도 마시고 아이들 도시락 걱정도 없이 쉬고 싶다. 매일 삼시세끼 밥을 하는 것도 귀찮다. 밥 때문에 친구를 못 만나고 맘 놓고 영화 한 편을 못 본다는 게 슬프다. 결혼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를 위해 쓰는 돈이 아깝게 느껴진다. 모든 것이 아이와 남편 위주로 변했다. 갖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엄마나 아내라는 틀에 갇힌 순간 사라진다. 지금 만약 독신이라면 혼자 있는 자유를 만끽할 거다."

(엘렌 김.43)

훌쩍 떠날 수 없어 답답

"'독신'하면 자유 아닐까? 내가 번 돈 원하는 곳에 쓰고 퇴근 시간 늦어도 잔소리 없는 그런 생활. 가족이 생겨 든든한 건 사실이지만 여가생활을 자유롭게 즐길 수 없다는 점도 있다. 낚시.하이킹 하고 싶은 날 훌쩍 떠날 수 없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마음 답답할 때 혼자 있고 싶을 때 항상 세트처럼 붙어있어 가끔 거추장스러울 때도 있다. 육아나 가족행사 등에 들어갈 돈이 많다 보니 항상 불안하고 부담스럽다. 밤 늦게까지 친구들과 소주 한잔 하며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하고 싶다."

(A.40)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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