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우리말에 ‘-씨’가 붙는 말이 많다는 것에 생각이 멈추었다. ‘마음씨, 말씨, 글씨, 솜씨, 맵시’ 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 ‘솜씨’는 어원적으로 ‘손’과 관련이 있는 단어이다. 약간 어렵지만 설명을 하자면 원래 ‘씨’에 ‘ㅂ’이 들어 있어서 ‘손’이 ‘솜’으로 발음된 것이다.
‘맵시’에 ‘ㅂ’이 들어가 있는 것이 그 증거가 된다. ‘맵시’는 ‘매’와 관련이 있는 단어인데, ‘몸매, 눈매, 옷매무새’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매’는 ‘모습’의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씨’는 앞의 어휘들을 볼 때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것’ 정도의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국어학적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글의 성격상 여기서는 이 정도에서 그만하기로 하겠다.
이렇게 ‘씨’가 붙어 있는 말들이 모두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러한 어휘만 잘 살펴도 세상을 아름답게 살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사람에게 서로를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이해의 필수적인 요소는 언어가 아닌가? 말과 글을 잘 사용하는 것은 사람 사이를 아름답게 한다.
‘말씨’와 ‘글씨’가 중요한 것이다. 말씨는 ‘말투’와는 느낌이 다르다. 아무래도 말씨는 긍정적인 느낌에 더 많이 쓰는 어휘이다. 고운 말씨를 쓰는 것, 다른 사람에게 일부러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말씨와 관계된다.
글씨와 ‘글투’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글씨는 글의 모양을 나타내는 반면 글투는 글을 쓰는 방법, 태도 등을 나타내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글씨 쓰는 일이 적어지고 있다. 우리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글을 쓰고, 또 보내고는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담고 있는 ‘글씨’는 늘 소중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앞으로는 글씨 잘 쓰는 사람이 대우 받는 세상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
살아가려면 누구나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려면 솜씨가 있어야 한다. 손으로 하는 일이 훌륭해야 하는 것이다. 솜씨는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생기는 것이다. 눈썰미가 있고 자꾸 해보려고 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솜씨가 좋아진다.
예전에 가구를 만드는 솜씨가 좋았던 장인들이나 음식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들은 모두 관심이 많고 오랫동안 그 일을 한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손으로만 일을 하는 시대는 아니다. 발로도 하고 머리로도 일을 한다. ‘발씨’‘머리씨’라는 말은 없지만 모든 일에 관심이 필요함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남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맵시’도 중요할 것이다. 맵시는 자신의 몸에 잘 맞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싼 옷으로, 번쩍이는 보석으로 치장하였다 하더라도 맵시가 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어울리는 옷이 다른 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은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옷이 왜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으면 되는 것이다.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겉모습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씨’가 중요하다. 돈의 씀씀이도 ‘마음’ 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마음씨가 곱다’‘마음씨가 착하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모두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마음씨를 알 수 있는 것은 행동을 통해서이다. 힘든 일은 남보다 먼저 하려 하고, 남을 돕는 일에는 앞장서고, 먼저 슬퍼하고, 먼저 기뻐하는 사람은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다. 마음씨가 좋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행복해진다. 외모보다 마음씨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우리말 속의 ‘씨’들을 보면서 여러 다짐을 해 본다. 같은 접미사가 들어 있는 표현들은 때때로 우리에게 생각의 시간을 안겨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