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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Los Angeles

2012.05.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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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성 교무·원불교 미주서부교구장
멋진 작품을 그리고 싶어 하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신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사랑입니다. 사랑은 가난을 부유하게 만들고 눈물도 달콤하게 만들지요. 사랑 없이는 아름다움도 없어요."

화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목사님에게 물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간절한 믿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는 목사님의 말에도 수긍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다운 무엇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때마침 지나가던 한 지친 병사에게 물었습니다. "평화가 가장 아름답고 전쟁이 가장 추합니다."

화가는 사랑과 믿음과 평화를 한데 모으면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의 눈에서 사랑을 아이들의 눈에서 믿음을 보았고 사랑과 믿음이 가득한 가정에는 평화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얼마 뒤 화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다름 아닌 '가정'이었습니다.

결혼 기피와 이혼율의 증가 등으로 '가정'의 개념이 급변하고 있지만 인간생활의 기본이자 사회 구성의 최소단위로서 가정의 역할과 기능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군자의 도가 부부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종사님께서는 부부간에 지켜야 할 도리로 화합과 신의 근실과 공익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중에서도 '대악이 아니고는 어떠한 과실이라도 용서하는' 신의를 특별히 새겨보셨으면 합니다.

자녀의 도리인 '효'에는 흔히 세 가지가 있다고들 합니다. 육신을 편안하게 받들어 드리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드리는 일은 기본입니다만 이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학과 과학 공부를 통해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고 공도사업에 헌신해서 세상에 유익을 주는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녀로 인해서 그 부모의 이름도 영원히 빛나고 만인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니 어찌 한 생의 시봉에 비하겠습니까?

부모로서는 자력을 얻을 때까지 양육하고 때에 따라 적당한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오직 정성과 사랑을 다할 뿐 자녀의 효와 불효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문제 가정에서 반드시 문제아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아 뒤에는 반드시 문제 가정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부 자녀 부모 등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안녕을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합니다.

어머니 날(Mother's Day 5월 13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불효의 변명이 될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가끔은 '공중일'을 한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소홀히 하곤 합니다. 제가 설교할 때 한 번씩 인용하는 노래 제목('있을 때 잘해')처럼 부모님이 계실 때 좀 더 잘 해야겠습니다. 박인로님의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라는 시조에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봅니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먹음직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설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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