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도 친밀해야 할 상대에게 분노하는 마음이 생기거나 반대로 상대의 분노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또 무엇 때문에 부부싸움에서 부부들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일까? 흔히 부부싸움에서 분노의 감정은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분노는 사실 부부싸움 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누적된 것이라는 게 부부 심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언짢게 말대꾸를 한다거나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 등으로 인해 부부싸움이 불붙은 순간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실은 묵은 감정이 분출되는 게 부부싸움에서 분노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베일러 대학 케이스 샌퍼드 교수는 83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부부싸움의 메커니즘을 분석해 최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샌퍼드 교수팀은 83쌍 부부의 동의를 얻어 이들의 싸움 장면 등을 녹화하는 한편 83쌍 부부의 부부싸움 등에 대한 일종의 자술서를 받아 이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도달했다.
부부싸움은 배우자의 부정 평소 성격 차이 시가나 처가 문제 금전 문제 등을 중심으로 촉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분노는 부부싸움 도중 발생하는 일회적인 성격의 것이 아니라 누적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샌퍼드 교수팀의 연구에서 확인된 흥미로운 점은 부부들이 싸움을 하면서 상대가 분노한 사실은 쉽게 알아 차리지만 그 뒤에 숨은 감정은 잘 읽지 못한다는 대목이다. 상당수 부부들은 부부싸움을 하면서 분노와 함께 슬프거나 혹은 비참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분노라는 격한 감정에 눌려 슬픈 감정이 밖으로 잘 표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상대가 서로 잘 몰라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부 싸움을 하면서 슬픈 감정을 동반하는 경우는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더 잦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아내들도 분노 뒤에 감춰진 남편의 슬픈 감정을 잘 읽지 못하는 점에서는 남편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샌퍼드 교수는 "부부 싸움의 본질을 부부들이 제대로 이해하면 많은 부부들이 부부싸움을 좀 더 잘 예방할 수도 있고 또 싸움을 하더라도 덜 격하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부부심리 전문가인 샌퍼드 교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부부 컨설팅으로 적잖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가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http://www.pairbuilder.com)를 방문하면 일체의 비용 없이 부부싸움에 대한 온라인 해법 혹은 조언을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