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배급.미디어 사업 담당 미국 최초로 4D 영화연구소 설립 1000만명 본 '해운대' 제작 큰 보람
배우도 감독도 아니다. 그런데 그는 영화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영화를 보지 못한다. 영화 보는 게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 보는 게 일이니 얼마나 좋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슬픈 일이다. 배꼽 빠지게 재미난 영화를 봐도 펑펑 울고 싶을 정도로 슬픈 영화를 봐도 그는 가슴이 아닌 머리로 영화를 본다. CJ E&M(Entertainment & Media)아메리카/CGV아메리카 최준환 법인장 얘기다.
최 법인장은 영화 팬으로 시작해 한국 영화산업의 핵심 인물이 됐다. 한국 영화산업의 대표주자인 CJ 엔터테인먼트의 투자팀장과 영화사업본부장으로 활동하며 1000만 관객을 넘긴 '해운대'를 제작했고 '화려한 휴가' '타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등 수 백 편의 한국영화 제작과 배급에 관여했다.
그런 최 법인장에게 1년 전 또 다른 미션이 주어졌다. 글로벌 시장 개척이다. 그것도 세계 영화와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인 LA 할리우드에서다. 최 법인장은 부임 후 1년에 대해 "정신없이 바빴다. 눈에 뛸 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조금씩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을 봤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CJ E&M/CGV아메리카가 소비자들에게 비춰지는 부분은 CGV다. 하지만 이는 빙산에 일각일 뿐이다. CJ E&M/CGV아메리카는 극장사업 외에도 영화제작 배급에 나서고 있고 음악 공연사업 케이블 채널을 통한 미디어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영화관 당 매출은 LA 20위권에 진입했고 보아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제작도 끝냈다. 엠넷(Mnet)채널은 가입자가 1100만 명으로 늘었다. 올 초에는 미국 최초로 4D 영화연구소를 세우기도 했다. '투자없이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CJ는 현재 미국에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엔 본격적인 방송사업 진출을 위해 1200만 달러를 대출받아 CJ E&M아메리카에 투자했다.
-최근 거액의 투자를 받았는데.
"1200만 달러가 엠넷US로 들어갔다. 그만큼 한국서 미국의 방송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엠넷US(구 iaTV)의 경우 2010년 인수 당시 450만 명에 불과했던 시청자수가 현재 1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또 다행인 것은 K-pop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
-한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해 말 아시아 뮤직어워드 '마마'를 그대로 상영했다. 물론 K-pop 가수들이 주도한 이벤트지만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12억 명이 보는 행사였다. 신청자들이 몰렸고 60% 이상이 타인종이었다. 한류를 실감케 하는 행사였다. 이제는 극장이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극장 앞에도 '아시안 무비스 앤드 모어'라고 붙어있다."
-미국서도 영화를 만들고 있나.
"가수 보아와 영국의 배우 데릭 호프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코브'의 제작이 끝났다. 아직 개봉날짜는 안 정해졌고 현재 미국 배급사를 선정하고 있다. 또 1492 픽처스의 크리스 콜롬보스 감독과 공동으로 6~7개의 영화를 개발하고 있다. 1~2개의 영화는 올해 안에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변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한국 영화시장은 왜곡돼 있다.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된 후 부가 판권 시장에서 돈이 벌려야 재투자가 가능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영화 매출에서 차지하는 극장 수익 의존도는 50%다. 나머지는 비디오 DVD 온라인 VOD 해외에서의 부가적임 부분에서 수익이 형성된다. 그에 비해 한국은 극장 의존도가 80%를 넘는다. 한국은 영화 불법 다운로드로만 5000억~6000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재투자가 힘든 구조다."
-현재의 CGV의 성적은 어떤가.
"2010년 6월 오픈하고 2년 만에 많이 성장했다. 지난해 총 관객 수는 14만 명이었다. 올해는 17만~18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좌석 점유율로 보면 평균 13~15% 정도로 미국 평균보다 2~3% 높다. 물론 매출 규모로 보면 높은 편은 아니다. 다른 극장들이 15~30개까지 스크린이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3개 관에 불과하다. 하지만 관당 매출로 보면 또 다르다. LA와 오렌지카운티 극장 중 관당 매출은 LA에서 20위 권에 든다."
-짧은 시간 안에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우선 한인고객들이 많이 찾아 준 게 큰 힘이 됐다. '써니' '댄싱퀸' 등 폭넓은 연령의 관객들을 소화할 수 있는 영화가 들어온 것도 관객층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CGV로 인해 한인들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타인종 비중도 12% 정도로 증가 추세다. 인디 영화쪽에서 주목을 받은 '화차'는 타인종 비중이 20%가 넘었다. 옐프 평점도 4.5(5점 만점)로 좋다."
-온라인 VOD 때문에 극장산업이 내림세에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은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물론 영원히 갈 거라고 보면 안 된다. 그래서 사운드 시설 등 다양한 면에서 변화를 줘야 한다. 2D가 가고 3D가 뜨듯이 곧 4D시대가 올 것이다. 4D산업에서 CJ는 선두주자다. CJ는 한국 내 17개 4D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비해 아직 미국에는 하나도 없다. 놀이공원에 4D시설이 있는 정도다. CJ는 미국에 4D영화를 보급하기 위해 올 초 할리우드에 4D연구소를 오픈했다. 앞으로 4D사업을 선도할 것이다."
-롯데가 미국에 엔터테인먼트 산업 진출 계획을 밝혔는데.
"지금은 시장을 만드는 상황이다. (롯데의 진출이)물론 상승효과도 있겠지만 우려가 더 크다. 아직 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으로 인해 작품 수급에 비용이 더 들고 노력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한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해운대다. CJ 엔터테인먼트는 한국 영화기업으로는 선두주자다. 개인적으로도 최고 영화기업의 제작자로서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해운대를 만들기 전까지는 1000만 관객을 넘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해운대가 바로 그런 영화가 됐다. 사실 제작도 힘들었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제작을 못할 수도 있었다. 개봉 직전까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크랭크인 하던 날 윤제균 감독이 부산에서 술을 먹다 전화가 왔다. '형'이라고 부르더니 5분간 울었다. 그만큼 힘이 들었다. 아직도 윤 감독은 이 영화 얘기만 나오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