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평] 우리춤 보전회 전통무용·국악 공연을 보고
'진정한 한류의 모습' 연출
서울시 무용단 단장이며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의 전수교육조교인 임이조는 풍류를 즐기는 선비의 여유스런 모습으로 멋들어진 한랑무를 연출하였다. 선비의 멋과 흥을 어깨춤과 발디딤의 테크닉을 동원 춤꾼의 끼넘치는 춤실력을 한껏 과시하였다. 그의 한량무에는 세련미와 여유가 배어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53호 경기검무 보유자 김근희의 교방입춤은 우리 나라 교방의 전통을 춤으로 형상화시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조선시대 명기의 교태어린 모습으로 분장 김근희 특유의 기교와 춤가락이 돋보였다. 김근희는 요염함이 특징인 이 춤을 근래 누구보다도 신명나게 추어냈다.
중요무형문화재 97호 도살풀이 전수교육조교 양길순은 살풀이춤계의 탁월한 선두주자이다. 그의 도살풀이춤은 이제 나날이 연륜을 더해가며 스승 김숙자의 원형을 넘어서 자신만의 춤세계를 창출 춤의 곰삭음의 경지에 접어들고 있다.
때로는 스승을 능가하는 춤실력과 자신들만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며 우리춤계에서 입지를 확고히 해온 이들의 이번 공연은 지윤자(중요무형문화재 23호 성금연 가야금 산조 이수자)와 서훈정(중요무형문화재 2호 명창 명창 이일주 심청가 전수자)의 흥미로운 국악공연과 더불어 관객을 사로 잡기에 충분한 열의와 진지함이 있었다. 번갈아 무대에 오른 이들의 진중한 자세와 품위에 관객들은 시종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무엇보다도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객석과 무대에 가득한 공연이었다.
백만여명 한인들의 밀집 거주지역인 남가주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한류시대의 전초기지로 인식되고 있다. 진정한 한류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해야한다.
일부 연예인들의 반짝성 부각이 진정한 한류의 모습일 수는 없다. 우리의 문화를 전달하는 방식의 매개체가 무엇이 되었든 그 모체는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즈음 남가주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의 역할이 크다. 남가주 한인들은 해외에 거주하는 단순한 이민자의 위치를 떠나 한류시대의 전초기지의 선봉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우리의 전통문화를 올바르게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삶 그 자체가 한류이기 때문이다.
전통문화의 계승현장은 그런 의미에서 이민 1세대와 앞으로 이민사회 나아가 한류시대를 이끌어갈 2세대들에게 우리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우리 모두의 활동 공간이며 한류의 중심지이다. 우리춤 보전회가 마련한 이번 공연 기획의 취지도 그런 각도에서 인식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춤보전회는 앞으로도 전통문화의 올바른 이해와 계승 발전을 위해 이 작업을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이병임
(무용평론가 우리춤보전회 회장)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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