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기고] 아이패드 사고 블로그 만들고

Los Angeles

2012.06.07 16:5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고동운/가주공무원
내가 알고 있는 사이버 공간은 인터넷 바둑 정도였다. 바둑을 좋아하는 난 미국에 와서 함께 바둑 둘 사람이 없어 애를 먹었는데 컴퓨터로 상대를 골라 바둑을 둘 수 있어 좋았다.

남들은 컴퓨터로 신문 잡지는 물론 한국방송과 영화도 보고 고국의 친지들과 화상통화도 한다는데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신문은 손에 잉크를 묻혀가며 페이지를 넘겨 이리 접고 저리 접으며 보아야 하고 책도 손끝에 침을 발라 책장을 넘기며 보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내가 생각을 바꾼 것은 셋째 아이의 스마트폰으로 베이커스필드에 사는 손자 녀석과 화상 통화를 하고부터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화상으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결국 작년 가을 아이패드를 샀다.

스티브 잡스의 위대함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써 봐야 알 수 있다. 특별한 교육없이 손끝으로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편리함과 다양성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아이패드를 사용하며 K팝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노래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아이튠에는 방대한 양의 한국 가요와 가곡이 있는데 노래를 무료로 샘플링할 수 있다. 난 가끔씩 옛날 노래를 찾아 한 소절씩 듣곤 한다.

아이튠에는 팟캐스트라고 해서 강의나 방송 내용을 모아 놓은 것도 있다. 무료로 명강의나 유명 DJ의 음악방송을 다운로드해서 들을 수 있다. 네플렉스는 매달 회비를 내야하는 유료 대여 서비스이긴 하지만 이곳에 가면 영어자막이 나오는 한국 영화와 한국 연속극 등이 비치되어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영화를 볼 수 있다. 내가 아는 교우 중에는 '카카오톡' 이라는 메신저를 사용하며 부부의 사이가 좋아졌다는 이들도 있다. 얼굴을 맞대고는 서먹해서 못하는 애정표현도 메신저를 통해서는 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난 아이패드를 사던 무렵에 인터넷 뱅킹도 시도해 보았는데 그 편리함이라니. 월말이 되면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수십장의 수표를 쓰고 손끝에 물을 발라 봉투를 붙이던 일들이 까마득한 옛일 같다(난 편지봉투나 우표에 혀로 침바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요즘은 일주일 단위로 청구서를 모아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미리 결재 날짜를 정해 놓으면 돈은 그날이 되어야 빠져 나간다.

난 요즘 인터넷으로 아내와 아이들과 낱말 만들기 게임을 하며 딸 아이가 설치해 놓은 '그루폰'으로 가끔 인터넷 쇼핑도 한다.

얼마 전에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처음 만들던 날 300여명의 네티즌이 다녀 갔다. 얼굴도 모르고 인사를 나눈 적도 없는 이들이 내 블로그에 들어와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고 간다. 이는 분명 또 다른 세상이다.

사이버 공간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보니 온갖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진화하는 세상에서 계속 뒤에 처지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 싶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