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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칼럼] 1.5세 끌어안기

Los Angeles

2001.07.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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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란 말이 한인사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부터 18년전인 1983년 초쯤이다.

그해 3월 한인청소년회관과 UCLA 아시아안 아메리칸 연구소가 공동주최한 한인타운 세미나에서 당시 한인청소년회관의 소셜워커였던 찰스 김씨(현 한미연합회 사무국장)가 패널리스트로 참석, 주제발표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1.5세란 말을 꺼낸 것이 시초가 됐다.

지금이야 1.5세라는 용어가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그 때만해도 ‘1세들의 세상’이었기에 그 말의 탄생부터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당시 27세의 1.5세 청년이었던 김씨의 입을 통해 한인 1.5세의 고민과 미래가 바로 그 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이후 ‘1.5세’는 멕시칸 아메리칸 사회의 ‘치카노’ 라는 말처럼 한인사회의 독특한 세대관을 대변해주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그러다보니 1.5세에 대한 학술적 연구도 활발해졌다.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킨더가튼에서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이민온 시기에 따라 1.9세부터 1.1세까지 나눠 구분하자는 학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1.5세를 지칭하는 영어표현도 여러 가지다. ‘샌드위치 세대’(Sandwiched generation), ‘교량 세대’(Bridge generation), ‘무릎 높이 세대’(Knee-high generation), ‘과도기 세대’(Transition generation). ‘낀 세대’(In between generation)도 있다.

이들을 보는 커뮤니티 시각도 참신했다. 시청이나 DMV에 가서 영어 못하는 부모대신 통역해주며 자란 그들은 답답한 1세와 튀는 2세의 중간역할을 해주는 완충적인 세대로 기대를 모았다. ‘한국도 모르고 미국도 제대로 모른다’는 손가락질도 없지 않았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 였다.

어느 인사가 내놓은 1.5세에 대한 정의. “이민 1세가 지닌 약점, 미국에 살면서 너무나 한국적인 삶에 서구적인 반(0.5)을 보탠 세대. 그리고 동양적인 지혜로, 2세가 지닐 수 있는 너무나 미국적인 삶의 약점을 반(0.5)쯤 줄인 세대.”

그만큼 1.5세는 한국과 미국 두 개의 상반된 가치기준을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는 ‘희망의 세대’였다.

그런 1.5세대가 요즘 1세들과의 반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한인가정상담소의 KYCC와의 합병문제와 제10기 LA평통위원 인선 문제 등을 둘러싸고 1세 단체 관계자들이 1.5세들을 보는 눈이 곱지않다. 가정상담소 문제는 합병무산으로 일단락됐지만 아직도 1세 창립멤버들과 1.5세 (전)이사들간에 감정의 앙금이 곳곳에 남아있다. LA평통 소동도 자격시비로 구설수에 올랐던 두 1.5세 인사가 사의 표명으로 마무리됐지만 왠지 아쉬움이 가라앉지 않는다.

1세들의 주장: “1.5세들이 자기들 힘으로 컸습니까 ? 아닙니다. 한인커뮤니티가 크게 성장했고 1세들의 피나는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기회에 1.5세들을 다시 평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5세들의 항변: “1세와 1.5세간의 갈등은 없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1.5세를 기특하게 여기는 1세와 1.5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른 1세간의 마찰입니다. 1세들은 평가받은 적이 있나요?”

두 케이스를 바라보면서 과연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1.5세대의 선두주자로 꼽히던 전 한미박물관장 김유경씨가 쓴 수필집 ‘1.5세대가 사는 법’에 보면 이런 귀절이 나온다. 그녀가 1.5세 친구한테 들은 얘기다. “친구들하고는 반갑게 만나 자연스레 껴안을 수 있는데 우리 아버지하고만은 그게 안되거든. 아마 아버지하고는 평생 포옹을 못해 볼지도 몰라.” 고개가 끄덕여지는 얘기가 아닌가.

주위를 둘러보라. 1970년 10살 때 이민온 1.5세 꼬마가 지금 40이 넘었다. 2세가 결혼하고 3세가 대학을 간다. 머잖아 4세가 태어나는 시대다. 부모-자식세대에 편나누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코리안 아메리칸’(Korean American)이란 소속감 하나면 된다. 가슴을 크게 열고 껴안아 주자.

김성찬 <부국장대우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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