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가 너무 뛰어나면 주위에 적이 많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반 유대주의 정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파생되었다. 첫째, 유대인들의 뛰어난 상술과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리고 둘째, 배타성과 종교적인 교조주의. 셋째, 메시아를 죽인 살인자의 후손이라는 오명.
에릭 프롬에 의하면 우리 모두는 사디즘(sadism)적인 성향이 있다고 한다. 인류 역사상 유대인 만큼 탄압을 받은 민족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 로마 교황청과 히틀러, 그리고 스탈린이 저지른 것이다. 인간은 한 번 피 흘리는 걸 보고 쾌락을 느끼게 되면 하이디의 본능은 피를 먹고 자라기 마련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11세기 유럽은 메시아의 천년왕국이 올 것이라는 종말신앙이 확산되었다. 성직자나 귀족들은 말세주의에 빠져 돈이 많은 유대인 금융업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차용해서 흥청망청 쓰면서 히도니즘(Hedonism·쾌락주의)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종말은 오지 않고 빚만 천문학적인 숫자로 늘어났다.
반 유대정서는 1096년 교황 우르바 2세에 의해 제1차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면서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중세 기사들은 성지를 보호한다는 초창기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칼날을 팔레스타인으로 돌렸으며 부유한 유대인 동네로 쳐들어가 무자비한 약탈과 강간을 자행했다. 장기간에 걸친 행군과 보급품 부족으로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폭도로 둔갑한 것이다. 십자군은 유대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기독교도로 개종을 강요했다. 죽음을 면할 수 없었기에 일부는 개종을 했다고 한다.
중세 유럽은 성직자·농노·귀족 3계층이 있었다. 기독교 역사상 가장 신앙심이 깊고 어거스틴 신학의 충복인 이노센트 3세가 교황이 되면서 유대인 말살 정책은 착착 실행에 옮겨지기 시작했다. 그는 1215년 라테란 공회의에서 칙령을 발표하여 유대인에게 노랑색 모자를 쓰고 가슴에는 자주색 뱃지를 달고 다닐 것을 명령했다.
당시 기독교에서는 죄악시 한 금융업으로 유대인들은 유럽사회의 돈줄을 모두 쥐고 있었다. 그들은 돈을 빌려주면서 채권·채무 증서를 발행했었다. 기독교 성직자와 귀족들은 늘어나는 빚과 이자를 감당할 길이 막막해지자 결국 유대인들을 아예 없애 버리거나 추방하는 쪽으로 기선을 잡은 것이다. 유대인들은 1216년 로마에서, 그리고 1290년과 1394년에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추방되었다. 15세기에는 스페인에서도 종교재판이 시작되면서 이베리아 반도에서마저 추방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죽지 않고 2 천 년이 지난 지금 세계무대에 우뚝 서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유월절(Passover)에 삶은 달걀을 먹는다. 달걀은 삶으면 삶을수록 굳고 단단해진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반 유대정서는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일까. 전체 노벨상 수상자 중 23%를 차지하고 경제학상 수상자중 거의 40%를 점유하는 천재들. 세계의 금융시장을 장악한 유대인들은 분명 물질적으로는 세계를 지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주가 권력은 쥐는 것은 쉬우나 민심을 얻지 않고서는 계속 유지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유대인들은 지구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강자(정치·경제력)로서의 관용이 결여되어 있으며 아직도 뉴욕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같이 유대인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유대인 건물주인들이 현대판 ‘샤일록’이 되어 이스라엘 민족의 앞날에 암영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벤자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수상은 위클리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역사는 홀로코스트의 연속이며 우리는 아무도 믿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현실적인 판단만을 믿을 뿐이다”라는 뼈 있는 발언을 했다. 기원년 전·후 한 시기의 이스라엘 선지자였던 힐렐(Hillel)은 유대교의 본질을 묻는 사람에게 한마디로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과연 그들은 그 종교적인 가르침을 지키고 있는가?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세기 저명한 랍비 중 한 사람인 어빙 그린버그(Irving Greenberg)는 “만일 유대인들이 타 민족보다 5%가 우수하면 세계인들의 등불이 될 것이요, 25%가 우수하면 메시아가 올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될 것이고, 50%가 우수하면 유대인들은 모두 멸종될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과연 그들의 현 주소는 어디인가? 우리 모두의 흥미거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