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단거리에서 4개의 금메달을 획득했고 그 외의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었던 흑인 달리기 선수 마이클 존슨이 런던 올림픽을 앞둔 요즘 구설에 오르고 있다. 흑인 달리기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이들이 '노예의 후손'이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족보에서 자신이 선조가 아프리카 출신 노예임을 확인한 그는 조상이 노예로서 생존할 수 있었던 우수한 유전자가 후대에까지 전해져 달리기에서 유리하다는 괴상한 해석을 했다.
마이클 존슨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과거의 노예제도가 현재 흑인 단거리 선수들을 배출하는 토양이 됐다는 해석이 엉뚱하다는 것과 다른 영역까지 이런 일반화가 확대 될 경우 인종적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논리 라면 미국 학교에서 흑인 학생들의 성적이 백인에 비해 뒤지는 이유는 흑인의 지능이 낮기 때문이고 흑인 평균연봉이 백인에 뒤지는 이유 역시 흑인 업무능력이 뒤지기 때문이라고 일반화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다보면 다양한 영어 사용자와 만나게 된다. 뉴스 앵커같이 깔끔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억양이 심한 사투리 사용자도 만나게 되고 흑인 액센트를 강하게 쓰는 사람과 대화하기도 한다.
영어 학습자들은 대체적으로 백인들의 영어는 그래도 좀 알아 듣겠는데 흑인 영어는 통 못 알아듣겠다는 호소를 한다.
흑인이 강한 액센트를 사용하는 것은 구강구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내가 만난 고등교육을 받은 흑인들은 '백인 영어'와 '흑인 영어'를 자유롭게 오가며 구사한다. 사회생활을 할때는 표준 영어를 사용하고 집에 가서 흑인 가족 친지와 어울릴 때는 흑인 액센트를 구사한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지방출신자가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는 표준어를 사용하다가 고향에 가면 지방 사투리를 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간은 인종에 상관없이 지구상에서 사람이 하는 말은 다할 수 있는 구강구조를 갖고 태어 난다. 언어뿐이 아니다. 달리기나 공부 역시 유전적 요인에서 원인을 찾기보다는 사회.경제 환경과 개인의 노력을 들여다 보는 쪽이 현명하다.
에마뉴엘 베일리라는 영국의 흑인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있다. 어느 날 그가 타야 할 버스가 출발하는 것을 발견한 베일리는 버스를 잡기 위해 기를 쓰고 달려 갔다. 물론 그는 이미 성공한 달리기 선수였으니까 무척 잘 달렸고 운 좋게 버스를 잡아 탈 수 있었다. 그가 버스에 타자 한 백인 승객이 중얼거렸다.
"흑인들은 정말 모두들 잘 달려. 그 단거리 달리기 선수 베일리가 백인 선수들을 물 먹이는 것 좀 보라고. 흑인들은 타고 났어." 물론 그 백인 승객은 버스를 따라 잡은 흑인청년이 그 유명한 베일리라는 것은 알아보지 못하고 하는 소리였다. 베일리는 그 때의 일을 자서전에 기록했다. 사람들이 자신이 기울인 노력은 무시한 채 흑인이기 때문에 잘 달린다고 판단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흑인이 잘 달리는 것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상관 있다. 흑인에 대한 이런 식의 엉뚱한 일반화로 인해 '여자는 힘이 약하다' '아시안은 수학을 잘한다' '한국인은 영어를 못한다' 등의 엉뚱한 일반화도 얼마든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인식이 멀쩡한 사람들의 숨통을 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