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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올림픽 TV중계 "여성 차별 너무해"

Los Angeles

2012.07.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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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선수에 비해
스포트라이트 비추지 않고
부진한 성적내면 '한계' 운운
소수계 여성 보도 '선입견 왜곡'
아시안: "똑똑해서"
흑인: "신체적 능력 탁월"
백인: "노력의 산물"


런던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촌의 축제 올림픽은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TV로 향하게 만든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여성들이라면 올림픽 TV 중계를 좀 더 주의해서 시청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선진 국가 가운데 미국의 TV 중계는 형평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탓이다. 특히 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선수들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여자 선수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경향이 있다. 여성 관점에서 올림픽 TV 중계를 시청하기 전에 염두에 둬야 할 사항들을 짚어 본다.

*여자 선수의 성공은 운?= 그간 올림픽 TV 중계는 미국의 경우 NBC가 주관 방송사로 도맡아 왔다. 문제는 진행자나 해설자 개개인의 취향이나 태도를 떠나 전반적으로 여성 선수들에 대해서는 남자 선수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델라웨어 대학의 제임스 안젤리니 교수가 그간의 올림픽 중계 화면을 일일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여자 선수들의 경우 메달을 따거나 신기록을 세우는 등 업적을 세우면 은근히 운이 따라줬다는 식의 코멘트가 남자 선수들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자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내면 기술이나 체력이 월등하다거나 남다른 노력의 결과라는 식으로 후하게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었다. 미국의 스포츠 중계에 엄연한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여성의 실패는 열등하기 때문?= 여자 선수들이 예상했던 기록을 내지 못하거나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정도 이상의 가혹한 코멘트가 뒤따르는 예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운동능력의 한계"라든지 이런 저런 이유로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결과"라는 식의 코멘트가 흔히 뒤따른다는 것이다. 반면 남자 선수들이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기록 작성에 실패하면 감싸는듯한 해설이나 분석이 주를 이뤘다.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 선수가 너무 강했다"는 등의 해설 혹은 코멘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TV 중계 진행자나 해설자의 입에 자주 오르고 내리는 출전 미국 선수 가운데 75%가 남자 선수라는 점은 특히 성차별을 단적으로 방증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아시안 혹은 흑인 여성에 대한 왜곡 심각= 다른 나라 운동 선수들의 활약에 대한 미국의 TV 중계 코멘트는 대체로 인색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 선수에 초점을 맞추는 이 같은 현상은 사실 미국이 아니더라도 어느 나라 TV 중계에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문제는 같은 자국 선수라도 소수계 여성에 대해서는 선입견 등에 바탕을 둔 코멘트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시안 아메리칸 여성 선수가 좋은 결과를 얻으면 스마트 하다는 식의 발언이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신체 능력 등이 뛰어난 탓이라는 분석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반대로 흑인 미국 여성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면 슬기롭다는 식의 평가보다는 신체적 능력이 탁월하다는 식의 평가가 주로 나온다. 또 주류 백인 여성 선수가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면 "노력의 산물"이라든지 "침착하고 차분한 덕분"이라는 등의 긍정적 코멘트가 많이 나오는 실정이다.

*그릇된 인식 전파는 곤란= TV 중계에 나서는 사람들의 성이나 인종 차별적 진행 혹은 해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왜곡된 인식을 갖게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생생한 TV 중계 화면에 곁들여져 나오는 해설이나 진행 발언은 일반적인 언급보다 파급 및 각인 효과가 훨씬 큰 탓에 그릇된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얘기이다. 부모 등 기성세대가 이런 잘못된 관념이나 정보 등을 바탕으로 자녀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경우 성차별 혹은 인종차별적인 인식이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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