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보(Libor) 금리 조작 파문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리보 금리는 지난 1986년 영국은행연합회(BBA)가 내놓기 시작한 이후 세계 금융 거래의 표준이 되는 이자율이기에, 조작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주는 파장이 엄청나다. 이번 리보 사태는 월가나 런던의 금융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치부하고 간과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쉽게 들어나지 않을 뿐, 리보 금리는 모기지 금리부터 크레딧카드 이자율, 학자금 융자 이자율까지 우리 실생활 곳곳에 큰 영향을 끼친다.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해 깊숙히 알아보는 토요 Why, 이번 주에는 리보 금리에 대해 알아봤다.
영 금융기관 '바클레이스' 금리조작…파생상품 큰 이득 글로벌 금융시장 휘청…BOA등 미 대형은행들도 의심
◆리보란.
리보는 런던은행간금리(London Inter-Bank Offered Ratio)의 줄임말로 영국에서 신뢰도가 높은 일류 은행들이 단기적인 자금 거래에 적용하는 금리를 말한다. 다양한 금융상품의 가격을 계산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될 금리에 대한 필요에 의해 나은 것으로 그간 430조 달러에 달하는 금융 거래의 기준 금리가 돼 왔다. 금융기관이나 국가가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이 금리를 적용한다.
◆어디에 쓰이나
다양한 종류의 금융 거래에서 리보 금리가 기준이 된다. 금융기관 A가 해외의 금융기관 B로부터 자금을 빌린다면 그날의 리보 금리에 가산금리(spread)를 붙여 대출 이자율을 결정한다. 이 가산금리는 빌려주는 쪽의 이자수입이 되며 빌리는 쪽의 대외신인도가 높을 수록 낮아진다.
미국 모기지 업계에서도 리보금리의 영향이 크다. 미국에서 이뤄지는 변동 이자율 모기지(ARM) 시장에서 우량(prime) 대출의 45% 서브프라임 대출의 80%가 리보 금리를 기반으로 한다. ARM은 6개월 리보 금리보다 2~3%포인트 높은 게 일반적이다.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을 때 우대(Prime) 금리가 아닌 리보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 등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대기업들은 리보에 1%포인트 정도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조작됐나
리보 조작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영국의 금융기관 '바클레이스'는 리보 금리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주요 금융기관 중 하나이다. 파생 상품 담당자들이 리보 금리 담당자와 짜고 금리를 조작해 이와 관련한 파생상품 거래에서 큰 돈을 벌었다. BBA가 여러 은행이 적어 낸 금리를 평균을 내 리보 금리를 결정하는 만큼 이를 높이거나 낮추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는 이와 동시에 다른 리보 관련 은행들과 짜고 금리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최근 영국 금융감독청(FSA)에 2006~2008년 사이 경쟁 은행들로부터 금리를 내리거나 올려달라는 요청이 최소 20차례 왔다고 왔다고 진술했다. 현재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HSBC 도이체방크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UBS 등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혐의를 받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또 일부러 금리를 낮게 제출 자신들이 경쟁 은행들보다 싸게 돈을 빌려줄 수 있고 재정적으로 탄탄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주려하기도 했다.
◆조작 사태 일파만파
리보 금리 조작 사태는 계속해서 금융 시장에 여파를 끼치고 있다. 일단 바클레이스는 이 문제로 영국금융감독청(FSA)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및 법무부에 4억53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큰 금액이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수익을 올렸으니 합의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도 여전하다.
미국 지방자치단체들도 리보 금리 조작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금융회사를 상대로 줄소송에 들어가고 있다. 이미 볼티모어시가 지난 11일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메사추세츠 주 뉴욕 롱아일랜드 시 및 나소 카운티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CalPERS) 등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채권을 발행하는 데 이 금리는 변동금리라 리스크가 큰 만큼 이를 헤지하기 위해 은행과 금리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다.
리보가 조작됐다면 지자체가 은행에 지급하는 비용이 과도하게 늘어났다는 주장이지만 아직 손실규모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대형 은행들은 각각 몇 십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벌금만으로 각 은행의 수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리보 조작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와 거래 상대방의 소송 및 배상금은 또다른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