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품 검사나 검색 없지만 곳곳에 보안요원·경비원 "설마 또…" "은근 신경 쓰여" 관객들 반응 엇갈려
20일 오후 5시쯤 LA중앙일보 편집국. 주말 신문제작을 준비하기 위한 회의에서 '배트맨 총기난사 참사' 후속으로 영화관 표정을 취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날 새벽 0시30분쯤 콜라라도주 오로라시에서 배트맨 영화 시리즈 3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 상영 중 24살의 제임스 홈스가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죽었기 때문이다. 한인 한모(21)씨가 엉덩이에 관통상을 입는 등 58명이 다쳤다.
#. Scene1: 거봐 평소와 같잖아.
21일 오후 12시50분쯤 할리우드에 위치한 '아크라이트 시네마 할리우드'. 영화관에 들어서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다. 영화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은 제법 길었다. 하지만 긴장한 표정을 한 사람은 없다. 배트맨 복장을 한 팬도 공항수준의 검색은 커녕 소지품 검사도 없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다.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복도에서 마주친 영화관 직원에게 배트맨 총기난사 이후 달라진 점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평소보다 보안 요원을 더 많이 배치하는 등 안전을 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안 요원을 보지 못했다"고 하자 "주로 로비에 집중돼 있고 영화관 내부를 돌아다니며 상영관별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지품 검사 등 검색은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관객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 Scene2: 은근히 신경쓰이네.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니 영화가 막 시작하고 있었다. 실내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겨우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취재 지시를 받았을 때는 '총기난사가 있었다고 사람들이 신경이나 쓰겠어' 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특히 출구쪽 통로 옆 단독 좌석에 앉은 터라 내 자신이 너무 노출돼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영화 중간중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나기라도 하면 더욱 그랬다. 무엇을 들었는지 확인하느라 사람들의 손에 눈이 먼저 갔다. 1시간쯤 지났을까. 스크린에서는 악당들이 증권거래소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콜로라도에서 총기난사 참사가 벌어진 그 장면이다.
출구 복도쪽에서 작은 불빛이 보였다. 플래시라이트였다. 덩치가 크고 재킷을 입은 평상복의 한 남자가 상영관 내부와 사람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 아까 직원이 말한 보안 요원이구나.' 조금은 안심이 됐다.
#. Scene3: 그게 아니었구나 강화된 보안.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와 보니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영화관은 다크나이트 라이즈 개봉에 맞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쪽 벽은 배트맨 주인공 사진이 걸려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관객들이 참여하도록 부스도 설치돼 있었다. 로비에는 배트맨과 캣우먼 악당 베인의 인형이 영화관 밖에는 역시 영화에 나왔던 장갑차 비슷하게 생긴 소품이 전시돼 있었다. 극장 안에는 평상복이지만 이어폰과 무전기를 든 보안 요원이 극장 밖에는 '앤드류 인터내셔널'이라고 쓰인 유니폼을 입은 사설 경비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설 경비원은 "극장 안과 밖을 돌며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며 "오늘 몇명이 배치됐는지 말할 수는 없지만 평소보다 많다"고 전했다.
주차요금을 계산하며 다크나이트를 보고 나왔다는 남녀에게 어땠냐고 물었다. 남자는 "설마 또 벌어지겠냐"며 "영화를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자는 "(신경이) 쓰였다 안쓰였다 했다"며 "영화에서 총격장면이 나오면 조금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흥행수입 발표 하루 미뤄
배트맨은 강했다. 총기난사 참사에도 배트맨의 인기는 흔들림이 없었다. 영화업계에 따르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이번 주말 1억85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크나이트의 제작사인 워너 브라더스는 총기난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번 주말 영화 관객수 집계 내역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영화사들도 희생자를 애도하는 뜻에서 이에 동참했다. 매주 일요일 나오는 박스오피스는 하루 연기돼 오늘(23일)한꺼번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