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센서스를 분석한 중앙일보 탐사보도〈본지 7월 9.10일자 A-1면>는 반향이 컸다.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잊혀졌던 LA 한인 역사'에 대한 제보였다. 그중 하나가 '링 위의 한인 영웅'이다. 미국 최초의 한인 프로복서 고 서정권(1984년 타계.사진)이다.
〈관계기사 4면>
1932~35년까지 단 3년간 미국 프로무대에서 43전 38승 2무 3패라는 기적같은 전적을 남겼고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을 동양인 최초로 밟은 천재 복서였다.
그의 둘째 아들 서해석(72)씨가 LA에 산다. 센서스 보도를 읽은 그는 디스크 수술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중앙일보를 찾아왔다. 오랜 세월 보관해온 1930년대 아버지의 활약상이 담긴 주류신문 스크랩과 한국 언론의 기사 사진 수십장을 품에 안고서다. 아들은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글로 남겨달라"고 했다. 아들의 기억과 서정권이 남긴 회고록을 바탕으로 잊혀진 전설의 복서를 80년만에 LA의 링 위로 다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