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중앙 칼럼] 몽골인들이 보는 한인들

Los Angeles

2012.07.25 18:2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장연화/기회취재팀 부장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나라는 어디일까. 중국을 생각했다면 틀렸다. 정답은 몽골이다. 몽골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17.3%로 중국(9.1%) 인도(6.9%)를 훨씬 웃돌았다. 광산 개발 덕이다.

여름은 뜨거운 바람이 불고 겨울은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고비사막에 가려져 있던 몽골은 2000년대 들어 구리와 금 석탄 등 지하자원이 발견된 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몽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000달러 정도. 그러나 2021년에는 1만4000달러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달 초 찾았던 수도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의 입국자와 출국자 대다수가 한국인이었다. 자원 봉사자 종교인 사업차 몽골을 찾는 경제인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인 행렬 뿐만 아니다. 울란바토르 시내에도 '한국'이 있었다.

울란바토르 다운타운의 중앙도로에 조성된 '서울의 도로'는 작은 숲속길처럼 꾸며져 있다. 그 도로가에 심은 나무들 사이에 '서울정'이라는 한글 간판이 새겨진 정자는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 진행중인 공사현장에는 반드시 한국산 중장비가 보였고 현대 기아 로고를 단 중고 승용차와 버스 트럭이 도로를 달렸다. 차창 밖 거리에서도 한글로 된 한식당 간판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몽골인 친구는 "한국음식이 몽골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수도 중심가에만 수십 개의 한식점이 있다"며 일반마켓에 데려가 김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 드라마와 K팝은 몽골 젊은이들 사이에서 꽤 높은 인기를 얻으며 한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처럼 한국 문화나 제품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몽골인들이지만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숨겨져 있는 몽골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때문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 몽골인은 몽골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기대감을 안고 지원했지만 최저임금에 근로환경도 나빠 결국 그만두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런 경험은 미국에 있는 몽골인들도 갖고 있었다. 샌타모니카에 거주하는 한 몽골인 역시 한인업주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근무했을 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맞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에서 본 한국문화와 한인들은 너무 달랐다"는 그녀의 말은 솔직히 충격이었다. 이런 그들의 이야기는 아시안이 많지 않던 시절 보이지 않는 차별과 싸우며 미국사회에 어렵게 정착했던 초창기 한인 이민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LA몽골회에 따르면 LA한인타운 인근에 거주하는 몽골인은 3000여명. 돈을 벌기 위해 미국행을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학생들이다. 학비나 부족한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한인타운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한인타운내 발렛파킹을 이용하면 주차요원으로 근무하는 몽골인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둥그런 얼굴과 쌍꺼풀이 없는 이들의 외모는 한인과 너무 비슷해서 구분이 안될 정도다.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는 한인타운의 또 다른 이웃 몽골 커뮤니티에 배려와 사랑을 보내자. 보이지는 않지만 이민 선배가 보내는 따뜻한 시선과 친절은 그들이 미국 생활에 뿌리내리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