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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소설부문] 원활한 구성과 명쾌하고 삽상한 맛나는 가정 소설

심사위원 홍승주/시인·소설가

해마다 후보작의 수준이 높아가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만치 선고의 고욕을 치른다. 당선작이란 이유없이 선뜻 눈에 들어와 잡혀야 제 격(格)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응모작 20 여편을 통독하고 나니 그래도 그 안에 선고(選考)의 우열이 분명하게 가려진다.

충분히 소설적 스토리를 가지면서도 끝내 소설로 부화(孵化)하지 못하고 신변 이야기나 수기로 전락한 작품들을 아쉬운 채 거두어 내고 소설이 지닌 서사적 특성과 단편소설이 갖는 인상적 미학에 중점을 두어 그 나름의 성취도를 감안 다섯 편을 추려낸다.

'햄버거와 된장찌게' (김은희)는 홈 드라마 같은 훈훈하고 간명한 이야기 속에 속도감 좋은 문장력 특유의 해학과 유머 위트 명쾌하고 삽상한 환상적 이미지를 사춘기 시절의 일화와 오버랩 시키면서 부자간의 야릇한 대화 30년 만에 찾아간 은사와의 장면이 인상적이다. 시종일관 작품을 유니크하게 끌고간 원활한 진행 말맛 솜씨가 돋보이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힌 점이 장점으로 당선작으로 천거했다.

'사랑과 증오의 갈림길' (이선하)은 4.29 폭동을 소재로 한 이민 사회에 던지는 애증의 메시지다. 그 문장의 중량과 박진감나는 표현 도도한 구성 치열한 인종 갈등을 넘어선 인간애 민수와 루이스 심슨 목사 간에 벌어지는 고도의 휴머니즘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작품이 주는 감동 무게로 해서 당선작을 넘봤지만 실제와 허구 사이를 맴돌아 소설이 갖는 역설과 반전에 미흡 서술에만 그친 점 등으로 가작으로 천(薦)한다.

'혼인 시각 차' (이상청)는 단일한 구성 단순한 소재 흑백의 위기 국면을 절실하게 잘 조화한 소설이다. 한토막의 단순한 이야기를 사랑의 순수함으로 국제간의 이질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는 유순과 인내 극기(克己). 발단 부분에 '복슬 강아지'를 모티브처럼 암시와 복선을 깔고 다시 종말에 '복슬 강아지'를 재등장시킨 온화하고 평화스런 무드의 소설적 테크닉이 돋보인 수월하고 무난한 작품이란 점에서 가작으로 천(薦)한다.

'시간의 문'(이진아)은 타임 머신을 주제로 한 암울한 존재론적 인간 성찰 어둠과 공간을 투시하는 불안한 현대 의식 난해시 같은 난삽한 심리소설. 어두운 시대의 조명 좀 복잡한 것이 흠으로 놓치기 아쉬운 선외(選外).

'소녀와 삐에로'(정지혜)는 간결하면서도 자아와의 치열한 투쟁. 의미 있는 모노 드라마. 산문시 극시를 연상. 묘한 뒷맛을 느끼는 샤머니즘적 일인칭 소설. 단조로움으로 선외(選外).

소설은 자유의 허구다. 수기나 논픽션처럼 있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쓰는 것이 아니라 없는 이야기를 진짜 이야기처럼 밀도있게 재미있게 꾸미고 만들어 내는 것임에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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