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홀린 싸이 '강남스타일' 이젠 '글로벌 스타일'
세계는 지금 말춤에 빠졌다…오빤 강남 스타~일♪
강남 스타일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나는 사나이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
그런 사나이
나는 사나이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때가 되면 완전 미쳐버리는 사나이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
그런 사나이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
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그런 감각적인 여자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그래 너 hey 그래 바로 너 hey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
오빤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
Eh- Sexy Lady
오빤 강남스타일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baby baby
나는 뭘 좀 아는 놈
SNS 통해 센세이셔널한 인기몰이
LAT·WSJ저널 등 싸이 신드롬 보도
"정신빠지게 흥나고 에너지 넘쳐"
'오빤 강남 스똬~일!'
뭐라고? '오빤'는 뭐고 '강남 스똬일'은 또 뭐람. 지금 이게 어느 나라 말인가. 그런데 이게 왠 일. 지금 이 한 마디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정체가 뭘까. 요새 인기 있는 노래 '강남 스타일'이란다. 아 그렇다면 근래 한참 열풍이라는 K팝 아이돌 그룹의 노래일까? 웬걸. 대한민국 평균 이하 비주얼의 싸이(Psy)다. 식스팩은 커녕 올챙이배가 볼록하고 이대팔로 덕지덕지 갈라붙인 머리에 뭉툭하고 흐릿한 생김새까지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는 그다. 그런데 왜?! 그렇다면 혹시 뮤직비디오라도 삐까뻔쩍할까? 택도 없는 소리. 유치 뽕짝도 이 정도면 범죄다.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엽기다. 목욕탕이고 놀이터고 지하철 역이고 한강 둔치고 아무 데서나 펄쩍펄쩍 뛰고 팔을 휘휘 흔들며 '말춤'을 춰 대니 그야말로 흉측하다. 노래가 실린 6집 앨범 제목도 '육갑'이란다. 아주 가지가지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묘하게 중독적이다. 한번 스치듯 들은 게 전부인데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된다. 나도 모르게 뮤직비디오에서 본 그 요상 망측한 춤을 따라하고 있다. 또 보고 싶고 또 듣고 싶다. 남들이 '강남 스타일 아냐?'고 물어보면 신이 나서 '그거 진짜 웃기지 않느냐'며 맞장구를 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 마성의 노래가 바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또 한번 외쳐볼까나. "오 오 오 오 오빤 강남 스따아일~" 이라고.
지금 '강남 스타일'의 인기는 그야말로 글로벌하다. 유튜브 조회수가 9일 현재 무려 2100만 건에 육박한다. 댓글은 8만여 개가 달렸다. 뿐만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패러디 영상이 줄을 잇고 있다. 미 주류 사회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빌보드 K팝 차트에서도 계속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아이튠즈 차트 댄스 음악 부문에서도 상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티-페인 로비 윌리엄스 조시 그로반 등 해외 팝스타들도 각자 자신의 SNS 와 블로그에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스크랩해 올리며 관심을 나타냈다. 다들 웃겨 죽겠다는 반응들이다. 저스틴 비버의 제작자는 '내가 왜 이 멋진 가수와 계약을 안 했을까'라며 한탄까지 했다.
전 세계의 재미난 소식들을 전하는 인기 웹사이트 고커 (gawker.com)에서는 "반드시 봐야할 뮤직비디오"라고 '강남 스타일'을 소개했다. LA타임스와 WSJ저널 허핑턴 포스트도 앞다퉈 '강남 스타일'의 선풍적 인기를 보도했다. 이처럼 '정신 빠지게 흥이 나고 에너지가 넘치는 뮤직비디오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지어 CNN에도 진출했다. 뉴욕 특파원을 연결해 '강남 스타일'이 온라인 상에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불러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이 서울에서도 아주 부유한 지역을 뜻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낮엔 요조숙녀 밤엔 섹시 레이디로 변하는 여자들을 찬양하는 가사에 대해선 '어느 남자가 마다하겠느냐'는 재치있는 코멘트까지 했다. 기자는 '뮤직비디오를 15차례나 봤고 집에서 따라해 볼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중부 지역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모닝 토크쇼 '아이 오프너 TV(Eye Opener TV)'에서는 아예 출연진이 스튜디오에서 다 같이 '강남 스타일'춤을 따라 추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강남 스타일' 열풍에는 인터넷과 SNS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재미난 화제의 동영상을 빠르게 전파하고 공유하는 인터넷 세대의 문화가 이 사소한 콘텐트 하나를 세계인의 유흥거리로 발전시킨 셈이다.
하지만 '강남 스타일' 자체에 매력이 없었다면 그 역시도 불가능한 일이다. '강남 스타일'은 싸이가 2001년 데뷔 이래 11년 동안 꾸준히 이어 온 콘셉트의 결정체다. 일단 쉽다. 가사는 정박으로 딱딱 떨어지고 후렴구는 귀에 와 쏙쏙 꽂힌다. 뿅뿅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팡팡 튀는 리듬은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그리고 웃기다. 원래 웃기는 걸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싸이다. 무표정과 과장된 코믹 표정을 극적으로 오가며 보는 이의 허를 찌르는 설정으로 랩하고 춤추는 싸이의 모습은 언어와 문화에 상관없이 보는 이를 자지러지게 한다. 하나도 안 멋있는데 죽자고 진지하게 온 힘을 다해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춰대는 그를 보고 있자면 몸개그 위주의 B급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옷 차림부터 꿀렁이는 춤사위까지 여기저기서 저렴한 콘셉트도 작렬한다. 그게 먹힌다. 이쯤 되면 글로벌한 싼 티다. 유재석 노홍철 포미닛 현아 등의 카메오도 한 건씩 했다. 거기다 적당히 야하다. 원래 싸이의 퍼포먼스에 '19금'을 빼면 남는 게 없다. '강남 스타일'에서도 그 음흉함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여성 출연자들의 몸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훔쳐보는 시선이나 아예 대놓고 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휘날리면서 섹시 댄스를 춰대는 댄서들의 모습이 그 콘셉트와 여지없이 맞아 떨어진다. 대부분의 가사가 한글이지만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도 그 콘셉트는 정확히 관통된 듯 하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동영상에 달려있는 댓글 중 상당수는 '오빤 강남 스타일'이란 가사가 '오픈 콘돔 스타일'아니냐는 질문들이다. "역시 싸이"라며 히죽 웃고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싸이는 이 바람을 타고 세계 시장 특히 미국 시장을 정복해볼 마음은 없을까. 음악도 비주얼도 '내수용 가수'였던 싸이가 단번에 '인터내셔널'이 될 수 있을 기회니 놓칠 수가 없을 터다. 싸이라면 어쩐지 삶의 목표도 '인생 한 방'일 듯 싶은데 말이다. 안 그래도 올 연말쯤 '롯폰기 스타일'로 노래를 개사해 일본 시장을 섭렵할 계획이란 소문은 들린다.
하지만 싸이는 최근 한국의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은 전 세계 가수들이 도전하고 싶은 시장이죠. 사실 제가 미국에 가더라도 쪽팔리진 않거든요. 하지만 사실 이번 해외 반응은 아직 '허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기회가 되면 미국에 가서 '말 춤'은 한 번 추고 오고 싶어요. 하하"
영리하다. 잘 나가는 데다 쉽고 웃기고 야한데 심지어 이리 신중하고 똑똑하기까지 하다니. 싸이 보통 아니다. 이 오빠 진짜 '강남 스타일'이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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