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일본 격파에 한인사회 '들썩' "대~한민국" 열띤 응원…함성·박수 울려 퍼져 끝없는 독도 분쟁·광복절 앞두고 값진 승리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 축구 3,4위전이 펼쳐진 10일 오후 한인 상권이 밀집된 버지니아 애난데일은 떠나갈 듯한 함성에 휩싸였다.
광복절을 불과 닷새 앞두고 벌어진 이날 한일 축구는 언제나 숙적처럼 여겨지던 상대인데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외교마찰이 일어난 가운데 일본을 이기면서 더욱 의미를 크게 북돋았다.
한인사회가 그동안 독도표기문제와 성노예 문제, 추모비 철거시비 등 불행했던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미온적 태도에 내심 불만을 가졌었으나, 이날 축구는 이같은 맺힌 응어리를 발길질하는 괘거로 작용했다.
전반 37분께 박주영 선수가 수비 4명을 제치며 황금 같은 첫 골을 떠트리자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와 온통 열광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식당, 사무실 등 한인이 모여있는 곳 마다 인터넷이나 TV 중계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다 골이 터지면서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고, 메시야 장로교회에서는 200여명이 모여 공동 응원장은 꽉매운 장소에서 한꺼번에 우렁찬 승리의 함성이 쏟아졌다.
경기 초반 한국 선수들의 잇따른 옐로카드에 초조해하던 한인들은 박주영의 선제골이 터지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며 기쁨을 나눴다.
일을 일찌감치 마치고 온 직장인부터 여름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응원장을 찾은 가족들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제이슨 김(버크 거주·53)씨는 “브라질 전에서는 아쉽게 패했지만 이번 한일전은 분명히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고 왔다”며 “이국만리에 사는 동포로 한국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알렉산드리아 김(14)양도 “한국이 꼭 이기길 바랐는데 골을 넣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후반 11분께 구자철 선수가 두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스크린을 통해 선수들에게 응원이 들리기라도 틈틈이 ‘대~한민국!’을 외쳤다.
일본 공격을 끊으며 공을 가로채고, 골문 앞에서 공을 걷어 차내는 한국 선수들의 수비에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마침내 2대0으로 승리가 확정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얼싸안고 환호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행사장을 떠나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승리를 되새기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날 승리는 특히 10일(한국시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거둔 것으로 의미가 더 크다. 또한 8·15 광복절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광복의 기쁨을 더했다고 이날 경기를 관람한 한인들은 입을 모았다.
페어팩스의 김우진(25)씨는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해서 독도를 지켜야 한다고 한 뉴스를 보고 왔다”면서 “엄연히 독도는 한국 땅인데 계속해서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게 국내외에서 뜨거운 맛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