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아아아하~"…'원조 짐승남' 타잔의 모든것
Tazan History1912년 소설책으로 시작
전 세계 56개언어 번역
만화 등 영화 50여편 제작
타잔역에 총 19명 배우 연기
"아아~아아아하~"
방과 후 하교길 문방구에 잠시 들러 50원짜리 타잔 칼을 사들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소리치면 코끼리떼가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 마치 밀림의 제왕이 된 듯 그 때 만큼은 무서울 게 없었다. 타잔이 숲 속에서 줄을 갈아타며 이동하는 모습. '아~아아하'라고 소리치면 땅이 진동하고 멀리서 코끼리떼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장면. 여기저기서 나무를 타고 타잔에게 뛰어가는 원숭이들. 흑백TV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보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몰랐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꼭 100년 전 소설 속 주인공으로 처음 탄생한 타잔은 최근까지도 영화로 제작될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이며 머리 한구석에 여전히 남아있는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100살이 된 타잔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밀림의 수호자 '타잔'의 탄생
1911년까지 연필 깎기 도매상으로 일한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1875-1950)는 매우 가난했다. 하지만 이후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첫 번째 작품 "화성의 달 아래서(Under the Moons of Mars)"가 올스타 매거진에 실리면서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마치 조앤 케이 롤링이 자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전의 히트작 '해리 포터'를 쓴 경위와 흡사하다. 1912년 드디어 두 번째 소설 "유인원 타잔(Tarzan the Ape Man)"이 완성(단행본 출간은 1914년)되고 여기에서 처음으로 타잔이 등장한다. 타잔은 아프리카어로 '흰색 피부'를 뜻한다.
인물이나 내용 면에서 주로 흑인을 악인으로 규정하는 인종 차별적 설정이 약간은 거슬리지만 당시 유럽과 미국 사회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흑인을 '니그로'라고 당당하게 부를 수 있던 때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인종 차별이 소설의 주된 의도는 아니다. 에드가가 소설에서 의도하는 바는 '포용력'이다. 문명 세계에 뿌리를 두고 원시적 분위기에서 성장한 타잔은 밀림의 정의를 수호하고 악과 맞서 싸워나가는 시대적 영웅이었다. 무고한 원주민을 학살하는 백인을 가로막고 탐험대를 공격하는 식인종을 저지하면서 양쪽의 경계를 허무는데 있어 일등 공신이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아바타'의 주인공처럼.
◆19세기형 수퍼히어로 '타잔'
19세기 후반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두고 있었던 대영제국의 귀족인 존 클레이톤은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로 떠난다. 영국 정부가 존을 식민지 관리차원에서 아프리카로 파견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여행 도중 선원들의 반란으로 존은 서아프리카 오지에 감금되며 임신 중이었던 아내는 타잔을 낳게 된다. 타잔의 엄마는 난산으로 생을 마감하고 존은 유인원의 공격을 받아 숨진다. 그리고 나서 유인원의 우두머리격인 카라는 존의 아들 타잔을 양육한다. 성인이 된 타잔은 부모가 살았던 움막을 발견하고 그곳에 있던 책을 통해 영어를 깨우친다. 뛰어난 지능과 야성을 두루 겸비한 타잔은 후에 13개 언어를 구사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수퍼 히어로가 된다. 자신의 친부모를 살해한 원수 커책을 찾아 복수에 성공한 타잔은 그 자리를 꿰차게 되고 밀림의 왕으로 우뚝 선다.
이후 밀림 탐사를 나온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이 자신과 비슷한 종족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탐험대 리더인 포터 교수와 그의 딸 제인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이후 타잔은 첫 사랑인 제인에게 청혼하기 위해 문명세계로 나오고 사람들은 그가 실종된 존 클레이톤의 혈육임을 알게 된다.
◆스크린에서 살아난 원조 짐승남 '타잔'
타잔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올해로 80년째다. 할리우드판 타잔의 주인공 역을 맡은 조니 와이즈뮬러는 가난한 독일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적 소아마비로 고생하다 수영을 시작했다. 미 수영 국가대표에 뽑혀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5개를 휩쓴 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1929년 할리우드에 진출 1932년부터 12번에 걸쳐 타잔역을 맡았다. 수려한외모와 수영으로 다듬어진 몸매 덕에 여성팬을 몰고 다녔으며 결혼도 6번이나 했다. '타잔'하면 떠올리게 되는 '아아아아~'하는 함성 소리도 조니 와이즈뮬러가 만들어낸 것. 그가 영화에서 내뿜는 타잔의 포효는 개가 으르렁거리는 소리 소프라노에서 떨리는 소리 바이올린의 G음 하이에나가 길게 내뿜으며 짖는 소리가 섞인 것이라고 전해진다. 조니는 사후 자신의 묘지에서까지 그 소리를 틀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조니에 이어 2대 타잔 역을 맡은 렉스 바커는 캐나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939년 20세기 폭스사로 스카우트돼 1949년에 처음으로 타잔 역을 맡았다. 금발과 잘생기고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렉스는 6피트4인치의 큰 키와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로 5번에 걸쳐 타잔 역을 훌륭히 소화해 낸다.
이후 고든 스캇과 마이크 헨리가 타잔의 명맥을 이어갔다. 1900년대 중반까지 타잔은 강인한 체력 몸매와 외모를 상징했다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가냘프고 동안의 이미지를 변모했다.
◆'타잔' 세계로 뻗어나가다
타잔의 원작 소설은 그동안 56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영화로는 50여 편(비공식적으로는 87편)이 제작됐으며 TV드라마나 연극 심지어는 컴퓨터 게임이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든 명작이다. 한국에서는 론 엘리가 타잔역으로 나온 TV시리즈가 알려져 있다. 1999년 월트디즈니사가 제작한 타잔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4억5000만 달러를 벌여 들였다. 필 콜린스가 부른 주제곡 '함께 사는 세상(You'll be in my heart)'은 2000년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상을 받았다.
김병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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