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름 우리 가족은 한국으로 역이민했던 12년의 생활을 접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 중2에 다니던 딸을 데리고 옛날 9년을 살았던 시카고 지역으로 다시 왔다.
남편은 몇 년간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해 고생했던 한국 정착 초기의 쓰라린 경험 때문에 또한 가장으로서 나머지 세 식구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혹시라도 불법 체류자의 길을 걷게 될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이곳에 투베드룸 아파트를 얻어주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해서 시민권자인 아들이 21살 성년이 되어 부모를 초청하게 된 2009년 봄까지 우리는 1년에 두번 만나는 기러기 부부로 지냈다.
기러기 아빠나 기러기 엄마가 사회악이라도 되는 양 부정적인 기사를 접하게 될 때면 화가 나기도 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의문을 갖기도 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갓 접한 미국의 청소년 문화에 매료된 듯 공부를 등한시할 때 딸애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서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하소연할 곳도 없어 운전하며 차 안에서 엉엉 울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접하게 된 '미주 중앙일보 블로그' 는 내 격한 감정의 순화장이 되어 주었고 엄마라는 이름 뿐 성숙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일기장이 되어주었다. 블로거들이 애쓰고 수고하여 올린 사진들을 보며 나도 가보리라 마음먹기도 하고 미국 전역에서 열심히 살아가시는 J블로거들의 글을 읽으며 날마다 감명받고 있다.
어느날의 내 일기장에는 남극에서 영하 60도의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발등에 품은 알을 부화할 때까지 꼼짝 않고 견디는 수컷 펭귄과 새끼들에게 먹일 먹이를 찾아 먼 길 여행을 떠나는 암컷 펭귄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어쩌면 그들과 다르지 않았을 4년의 기러기 생활 그 끄트머리에서 나를 힘차게 붙들어준 중앙 블로그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